돈을 내고 싶은 만큼 내세요
값어치를 못 하는 물건을 산 적이 있나요?
직접 가격을 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당신이 정하는 그 가격에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칠까요?
행동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질문들을 생각해 왔습니다.
이들은 P.W.Y.W(Pay-what-you-want, 돈을 내고 싶은 만큼 내세요)라는 판매방식에 관심이 있습니다. 사실 이는 소비자가 늘 꿈꾸던 방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뉴저지 몽클레어의 한 식당에서 이루어진 실험은 과학자들이 했던 예측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고객들은 짜증을 내거나, 기뻐하거나, 식당을 의심하거나, 자신의 결정에 죄책감을 느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고 또한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이들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8월 할 달 동안 몽클레어에서 식당 두 곳을 운영하는 요리사 조드 아리파이는 가격표가 붙지 않은 메뉴판을 손님들에게 보여주었고, 원하는 만큼 음식을 시키도록 했습니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겠다고 할 때, 종업원은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얼마를 내고 싶으신가요?”
마치 박물관의 “마음대로 기부하세요.”처럼 어떠한 기준도 없는 상태의 제안에 손님들은 적절한 가격을 부르기 위해 즉석에서 기준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샌디에고 캘리포니아대학의 행동과학자 아일렛 그니지는 이런 제안이 손님들에게 심리적 모순을 일으킨다고 설명합니다. 즉, 손님들은 자신이 “정당하고” 심지어 넉넉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신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며 또한 “아양을 떠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모건 토레스는 메뉴판을 살펴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더 많은 돈을 낼 거예요. 사람들이 나를 ‘5번 테이블의 거지’로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옆 테이블의 시드 드보르킨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전에 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냈던 만큼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돈을 더 많이 내는 게 좋은 생각처럼 느껴지지 않는군요.”
그니지는 P.W.Y.W 방식에서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판단을 합리화한다고 말합니다.
바바라 로우와 리처드 캐츠는 음식이 맛있었는지를 가지고 돈을 내겠다는 자신들만의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맛있었던 다섯 가지 요리에 대해서는 14,000원을, 맛이 없었던 한 가지 요리에 대해서는 10,000원을 냈습니다.
10년 전 아리파이가 뉴욕의 교외 지역인 몽클레어에 자신의 레스토랑 BLU를 열었을 때, 뉴욕타임스는 그의 레스토랑을 “최고급(Excellent)”으로 평했습니다. 그는 바로 옆에 보다 캐주얼한 음식을 파는 Next Door를 열었고, 이 역시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BLU의 양배추, 야생버섯, 트러플 육수를 곁들인 홍어 요리는 31,000원이었습니다. Next Door의 치폴레 양념과 부드러운 죽이 함께 나오는 미트로프는 17,000원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레스토랑 건물주와의 계약이 곧 끝나는 상황에서 맨하탄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 예정입니다.
록 기타리스트였고 아직도 장발인 그는 이 동네의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자 마지막 한 달을 P.W.Y.W로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지만요.
그는 두 식당에 똑같은 메뉴를 짰습니다. 그러나 고급 식기와 조명이 설치되어 있던 BLU의 고객들은 요리 하나당 4,000원 정도를 더 냈습니다. (주류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술을 마시고 싶은 손님은 직접 술을 식당에 가져와 마실 수 있었습니다)
아리파이는 손님들이 원래 가격의 절반보다 약간 적은 돈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요리의 양을 조금 줄였기에 정확한 비교는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손님들의 다수는 이 제안에서 이득을 취하려 했어요. 물론 그 사실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요.” 돈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미네소타대학의 캐서린 D. 보의 말입니다. “이들은 주문을 많이 하지 않았고, 그 가치를 잘 평가한 후, 그보다 적은 돈을 낸 것이죠.”
그러나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어리고 잘난 체하는”, 예를 들어 5개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25개의 요리를 시킨 후, 18,000원을 내고, 6,000원을 팁으로 남겨놓고 가는 식의 손님들이 꼭 있었습니다.
실제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극단적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캐서린 D. 보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나는 먹을 수 있을 만큼 먹고 한 푼도 내지 않을 거요. 이 식당이 그걸 허용하고 있으니까.’”
8개의 요리를 먹고 몇천 원만을 내고 떠난 가족도 있었습니다.
아리파이는 말합니다. “딸아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빠가 사람들에게 그런 선택지를 준 거예요. 어쩌면 그들은 가난한 이들이고 저녁을 맥도날드에서 먹으려 했을지 모르죠. 그래서 그 정도 돈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어쨌든 아빠는 그 사람들에게 멋진 저녁을 선물한 거예요.’”
어떤 가족은 충분한 돈과 함께 감사 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늘 음식과 서비스는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었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아이를 둔 비정규직 엄마로서,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이런 고급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을 거예요.”
캐서린 D. 보는 이들의 반대편에는 “다른 사람들의 부당한 행동을 자신들이 보상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레슬리 자브는 디저트를 먹고 난 뒤, 이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고 그냥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주방장에게 내가 그의 요리를 좋아하고, 그의 이런 행사를 고마워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다른 직원들과 종업원들이 걱정되었죠. 너무 불안했어요!”
한편 어떤 고객은 양쪽 극단의 특성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리파이의 제안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동시에 종업원들을 걱정했습니다. 그는 음식값으로 6,000원을 남겼고, 팁으로 60,000원을 두었습니다. (팁은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의 몫입니다)
아리파이는 수익의 관점에서 자신의 방식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악하게 굴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는 20%의 사람들은 요리 하나에 1,000원도 지불하지 않았지만 80%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종업원이었던 앤드류 마노는 6살 난 딸을 데리고 있는 부부로부터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물었습니다. “음식값으로 우리가 내고 싶은 걸 내는 거죠?”
마노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아이스크림 값을 내가 내고 싶어요.”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