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 동안 새것을 하나도 사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요
2015년 8월 24일  |  By:   |  문화  |  1 comment

몇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평화롭게 애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요, 세상은 그저 주저앉아 울고 있게 놔두질 않습니다. 나가서 일을 해야 합니다. 직장에 출근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무더기의 서류작업이 있고, 사람들에게 부고를 전하고 장례식을 치러야 합니다. 겨우 그 모든 일이 지나가고 나자 나는 아버지의 작은 아파트를 비워야 했습니다. 그보다 더 괴로운 일을 찾기도 어려울 겁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 건 큰 일이었습니다. 혼자 살던 아버지의 작은 아파트에 쌓여 있던 인생의 물품을 정리하는 데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렸고, 다시 옷가지며 가구며 부엌 살림이며 그밖의 가득한 상자를 팔고 기부하고 재활용하고 내버리는 데 몇 주의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엄청난 시간, 돈, 노력이 그 모든 물품들을 얻는 데 들어갔습니다. 마지막에 내버려지기 위해서요. 짧은 시간 동안 소유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거의 필요하지도 않고 자주 사용하지도 않은 채 잊혀지는 물품 때문에 미래 세대의 삶을 희생시키고 있죠. 그러한 방식으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작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200일 동안 아무것도 새로 사지 않고 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식료품과 약, 기초적인 위생물품 외에는 빌리거나 중고를 얻거나 그냥 버텼습니다. 사실, 꾸준히 수입이 들어오는 입장에선 굳이 물건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살 수 있는데 왜 사지 않죠? 보통 그렇게들 생각하며, 저 역시 그랬었죠.

결과적으로, 200일간의 실험은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몇 가지를 적어둡니다:

  1. 세상엔 이미 너무나 많은 물건이 있습니다. 재활용 가게와 온라인 광고, 페이스북 등을 둘러보면 쌓여 있는 물건에 경악하게 됩니다. 한번 버려지면 대부분은 눈 밖에 납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든요.
  2.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물건을 사들입니다. 중고품을 찾아 들렀던 재활용 가게에 새것이 얼마나 많던지 놀라고 말았습니다. 향초부터 새옷에 이르기까지, 거의 쓰지 않은 건 물론이고 가격표와 포장까지 떼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물건을 사는 행위는 실제의 필요나 소망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3. 한번 쓴 물건엔 큰 이유 없이 낙인이 붙습니다. 200일간의 경험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위생적인 측면을 지적하는 흥미로운 댓글이 여럿 달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남이 쓰던 옷이나 가구, 다른 물품을 다시 쓰는 일은 지저분하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한번 썼던 물품을 기쁘게 재활용 가게에 기부하면서도 말이죠.
  4. 충분히 풍요롭습니다. 200일간 느낀 바, 필요한 걸 사기 위해 대형 마트에 갈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이미 동네에 필요한 게 다 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저가나 혹은 공짜로 내놓는 물건들로 가득했습니다.
  5. 새것을 사지 않으면 비싸게 값을 치를 필요도 없습니다. 그 200일간 내 은행잔고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한번 쓴 물건은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지지만, 질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6. 기업에 돈을 지불하는 대신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는 건 훨씬 즐겁습니다. 대다수 판매자들은 정직했으며 도움을 주려 했습니다. 그들은 충분히 쓸 만한 물건을 되팔아 이미 치른 가격의 일부나마 되찾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7.  어떤 물건은 정말로 필요치 않습니다. 사실 어떤 물건은 새것이 아니라면 구할 수 없습니다. 상당히 흔하게 쓰이는 물건인데도 중고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거나 비실용적입니다. (간혹 엄청난 충동에도) 그런 물건을 구입하지 않았을 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습니다. 건강이나 행복, 내면의 안정감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지난 200일간의 경험은 지속가능한 삶이라든가 미니멀리즘이라는 이름의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그건 차라리 꼭 필요한, 변화로 이르는 여정에 가까웠습니다. 곁의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당신은 그 경험을 “지나쳐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난 아버지의 죽음을 그저 뒤에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사건, 어떤 변화도 남기지 않은 경험으로 내버려두기 싫었습니다.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이 달라졌습니다. 내 경험이 당신에게도 작은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길 바랍니다. 어쩌면 재활용 가게를 방문하거나 10일이나 30일간의 도전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적어도 다음에 물건을 살 때 한 번 더 생각에 잠길 수도 있겠죠.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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