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경험이 뇌를 영원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시기, 사춘기와 미운 세 살
우리 뇌가 발휘하는 능력은 유전자나 영양, 삶에서 얻는 경험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삶의 경험은 몇몇 특별한 시기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데, 이때 뇌에서 물리적이고 화학적이며 기능적인 리모델링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MIT의 신경과학자 타라 스와트에 따르면 “미운 세 살”과 질풍노도의 사춘기야말로 뇌가 가장 예민한 두 번의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겪는 트라우마는 뇌의 활성화를 바꿔놓을 뿐더러 심지어 유전자의 표현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미운 세 살
태어나서 첫 2년간, 우리 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발달합니다. 특히 두 살 무렵(한국 나이로 세 살 무렵), 중요한 일이 일어나죠. 아기는 말을 하기 시작하고 걸음마도 시작합니다. 뇌는 엄청난 변화를 겪는 셈입니다. 또한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고 이해하는 작업은 뇌로 하여금 뉴런을 잇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합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죠.
이처럼 중요한 변화가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탓에, 이 시기에 겪는 신체적, 감정적 트라우마는 신경 발달에 잠재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심지어 스스로는 무슨 일을 겪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학대나 유기, 질병 등 어떤 형태로든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이는 삶의 후반부에 행동이나 인지적인 결함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스와트는 말합니다.
1980~1990년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일어난 여러 연구들은 민감한 시기에 충분한 사회적 접촉을 갖지 못한 유아들이 이후 어떤 악영향을 받는지 잘 보여줍니다. 신체적으로는 부족함 없는 돌봄을 받았으나 안아주거나 놀아주는 등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교류는 거의 없었던 이들 아동은 훗날 정신적인 문제를 겪거나 사회적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뇌영상 촬영 결과, 성인이 된 후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춘기 무렵
사춘기에 접어들면 우리 뇌는 거의 어른의 뇌만큼이나 무게가 나갑니다. 이 시기에 뇌는 쓰이지 않는 뉴런 네트워크나 약한 연결을 ‘쳐내기’ 시작합니다. 마치 정원사가 정원을 손질하며 죽은 가지들을 걷어내는 것과 닮았죠. 특히 이 시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특히 뇌의 전전두엽에서 활동이 잦아지며, 다양하고 복잡한 개념들을 한데 모아 비교할 수 있게 됩니다. 아기가 말을 배우듯, 청소년은 한층 복잡한 소통 방식을 배우며 정서적으로 성숙해집니다. 청소년기에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것은 뇌 활동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발달 과정에서 안정성이 특히 중요하며, 이러한 안정성이 인지적 기능과 밀접하게 엮여 있다는 사실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트라우마라도 우리 뇌의 복잡다단한 작업을 망쳐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사건이 먼 훗날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사자들은 모릅니다. 때문에 뇌의 기능 및 활동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이겠지요. (쿼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