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사무실에서 카디건을 걸치고 일하는 여성들, 문제는?
한여름, 여성들이 사무실에서 추위에 떠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무실 온도가 (미국 기준) 정장을 입은 몸무게 155파운드(약 70kg)의 40세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무실 냉방 온도는 보통 1930년대에 등장한 신진대사 해당치(metabolic equivalents) 계산법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앉아서 일하고, 걷고, 뛰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계산하기 위해 등장한 기준이었죠.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은 이 계산법이 여름철 사무실 전기 낭비의 주범이라고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여름 실내에서 카디건을 걸치는 여성의 수를 줄이려면, 남성의 기준에만 맞추어져 있는 사무실 온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관련 연구를 실은 마스트리흐트 대학의 보리스 킹마는 “잘못된 수치를 넣었으니, 잘못된 온도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려면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온도가 적정 수준보다 낮아지면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하죠. 혈관이 몸의 중심부에 피를 모아두기 때문에 손발은 차갑고 창백해집니다. 집중력과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탑니다. 여성이 선호하는 온도는 77℉(25℃)인 반면, 남성이 선호하는 온도는 72℉(22.2℃) 정도입니다. 이와 같은 차이는 신체의 크기 및 지방-근육 비율 때문에 나타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체구가 작고, 지방 세포는 근육 세포에 비해 열을 덜 내기 때문이죠. 최근 세계 각지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에 따르면, 체구가 똑같아도 성별에 따라 편하게 느끼는 기온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명한 것은 냉방 비용이 비싸고, 미국의 여름철 사무실 온도가 일반적으로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73-79℉(22.7-26.1℃)인 국제 기준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68-73℉(20-22.7℃)이니까요. 여성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데는 사무실의 드레스코드도 한몫 한다는 게 연구자들의 지적입니다. 여성들은 바깥 날씨에 따라 옷을 달리 입을 수 있지만, 남성들의 정장은 사계절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국과 영국, UN본부 등에서 시도한 여름철 가벼운 옷차림 운동의 효과는 미지근했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쿨비즈”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름철 실내 온도는 시대가 바뀌면서 재검토되기 시작한 수많은 수치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공학과 생명공학, 보건 부문의 많은 숫자들이 70kg 남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제는 교통사고 시뮬레이션에 사용되는 마네킹 디자인도 다양하게 바뀌고 있고, 여성 파일럿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종실 디자인이 달라지는가 하면, 일부 의약품이 여성에게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리콜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골다공증 연구에는 남성 환자들의 케이스가 반영되기 시작했죠. 이 모든 변화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좀 더 편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N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