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저출산 해결책은 무엇일까
몇년 전 싱가폴 정부는 출산 장려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만화에 경쾌한 음악을 곁들인, “애국자라면 아이를 낳자”는 내용의 영상이었습니다. 물론 싱가폴 다운 경고가 뒤따랐죠. “안정적이고 충실한 관계를 오랫동안 맺어온, 재정적으로 준비된 성인들만 참여하세요.”
여전히 한 여성이 평균 7명의 아이를 낳는 니제르 같은 나라도 있지만, 많은 부자 나라들이 저출산이라는 골칫거리를 안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누가 세금을 내고 노인을 부양할까요? 각국 정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해결책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특별한 유인책 없이도 이민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이민자들은 즉시 노동 시장에 투입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규모 이민자 유입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이런 식의 해결책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죠. 그러니 정부들은 출산 장려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에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고 주장하는 환경론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인구가 줄어들면 지구 구성원의 일원인 인간들이 큰 고통을 겪습니다. 그리스의 현재나, 중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죠. 국가가 가정사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리버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금제도를 만들어버린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는 옵션은 물 건너간 셈이죠. 따라서 문제는 출산 장려책을 쓸지 말지가 아니라, 어떤 출산 장려책을 써야 효과가 있는가 입니다.
여러 출산 장려책이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출산 장려 비디오는 소련 정부가 남발한 다산 훈장과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큽니다. 출산 장려금은 어차피 아이를 낳았을 사람들에게 돌아가 국고에 부담을 줍니다. 유럽 일부 선진국에서 출산 휴가를 길게 쓰게 해줬더니, 많은 남성들이 더 좋은 아빠가 되기는 했지만 부부가 딱히 아이를 더 낳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장 효과가 좋은 정책은 역시 양육 보조 정책입니다. 여성들이 출산과 커리어를 병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주면, 출산율도 높아지고 여성 인력의 활용 정도도 높아집니다. 프랑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부 보조 보육원을 일찌감치 도입해, 유럽 선진국들 가운데서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퀘백 주도 비슷한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크게 높인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쓴대도, 출산율을 2.1까지 높이는 것은 대다수 선진국에게 불가능한 과제에 가깝습니다. 특히 남유럽과 동아시아의 여성들에게 아이를 더 낳으라고 설득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급격하게 떨어진 출산율이 큰 사회 문제로 부상한 한국의 경우, 문화적인 요인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노력해 대학 교육과 괜찮은 직장을 쟁취해냈지만, 가정의 모습은 평등과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흥미로운 커리어냐, 평생 불고기 만들기냐”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문화는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은 그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죠. 정부가 저렴한 보육원을 많이 세우면, 이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아도 계속해서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시그널로 작용할 것입니다. 여성들이 그런 믿음을 갖게 되면, 이는 여성에게도 좋고, 국가 생산력에도 도움이 되고, 국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