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요? 전 평생 혼자 살아갈 겁니다
2015년 7월 27일  |  By:   |  칼럼, 한국  |  9 Comments

지금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스스로 독신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싱글족의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1990~2010년 사이 서울에서 싱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2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들이 총 가구의 16%를 차지하고 있죠. 한국에서 성인 4명 중 1명은 아직 싱글이며 이는 OECD의 34개 회원국 가운데 제일 높은 수치입니다. 학사 학위 이상을 가진 여성으로 한정 지어 살펴보면 3명 중 1명 꼴로 이 비율은 더 높아집니다.

한국에서 싱글족의 비중이 급증하는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결혼 비용에 있습니다. 1980년대 남아 선호 사상으로 비롯된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도 한몫 합니다. 현재 성인 남녀의 비율은 7:6으로 성인 남자 7명 중 1명은 구조적으로 결혼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없는 상태죠. 자신보다 조건이 나은 배우자가 아니라면 굳이 결혼하지 않으려는 몇몇 골드 미스들의 결혼관도 싱글족의 증가를 부추깁니다.

이처럼 이미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싱글의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싱글족들을 지칭할 때 ‘비혼’이라는 말 대신에 여전히 ‘미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언니 네트워크(Unni Network)는 얼마 전 ‘비혼식’을 거행했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미혼 대신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가치 중립적으로 묘사하는 비혼이란 단어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비혼식은 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싱글의 삶을 선택한 여성들을 위한 싱글 웨딩 세레모니입니다. 이 세레모니에서는 여느 결혼식에서와 같이 하얀 신부 드레스를 입고 신부 화장을 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며 이 여성은 초대한 친구들과 함께 싱글녀로의 삶의 시작을 기념하는 사진 촬영을 진행합니다.

‘비혼식’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입니다. 전통적인 남녀 관에 물들어 있는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의 남성 사용자들은 비혼식을 거행하는 여성들을 두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집안일과 보육, 부모 봉양과 같은 일들은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몫이라 생각하죠. 더 현대적인 남녀 관을 가진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회원들조차 ‘비혼식’은 아주 유치한 발상이라고 깎아내립니다.

성공회대학의 권김현영 강사는 역대 한국 정부들은 전통적인 남녀 관에 기반을 둔 결혼을 출산 장려의 하나로 여겨왔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싱글족 동향은 이런 정책이 효과가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1960년대 어머니들이 했던 것처럼 현대 여성들 또한 가정에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로 기대하는 이상 싱글족을 선택하는 여성들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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