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국가”에 한 발 더 다가선 일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옮긴이: 지난 1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민당 정권이 하원 격인 중의원 의회에서 안보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하며 이른바 “보통 국가”에 한 발 더 다가선 뒤, 국내 언론은 관련 소식을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오늘 뉴스페퍼민트는 이 문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지난 16일 기사를 번역해 소개합니다. 새로운 사실이나 국내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없던 관점을 담고 있는 기사는 아니지만, 뉴스페퍼민트는 이 기사를 올린 뉴욕타임스 공식 페이스북 계정의 포스팅을 보고 이 글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일본어로도 사안을 간략히 요약해 소개하며,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 독자들의 의견을 기다린다고 썼습니다. 의견 가운데 일부는 “추후 다른 독자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고도 쓰여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의견과 댓글은 아래 링크한 페이지에서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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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민당이 의회에서 통과시킨 안보 관련 법안의 골자는 세계 2차대전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군대가 국제 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데 있습니다. 여론의 과반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고, 거리로 모여드는 반대 시위대도 점점 불어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에게는 예정된 순서였다고 해도 뜻깊은 표결이었습니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일본의 하원 격인 중의원 의회 본회의에서 안보 관련 11개 법안을 수적인 우위를 앞세워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저항하다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본회의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상원 격인 참의원에서도 자민당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의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이번 회기 내에 표결이 진행된다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데는 걸림돌이 없어 보입니다.
이번 표결은 전범 국가로서 피해를 끼친 이웃 나라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평화주의를 고수해 온 일본 사회에 크나큰 논쟁을 부른 사안에 대한 아베 정권의 첫 공식 행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군국주의의 과거에 얽매여 죄책감에 시달리며 저자세로 일관하는 일본이 아니라, 여러 국제정치 사안에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보통 국가” 일본을 건설하는 데 정치 인생을 걸어 온 아베 총리에게는 특히 의미가 남다른 표결이었을 겁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이같은 신념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 왔습니다. 하지만 자민당을 압도적인 제1 여당으로 뽑아준 유권자들도 이 문제에서는 아베 총리와 뜻이 다릅니다. “보통 국가”를 향한 거침없는 아베의 행보는 일본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고 식민지를 경험했던 이웃 나라의 우려와 곱지 않은 시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웃 나라들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발효되는 순간 일본 군대를 더 이상 자위대(自衛隊)로 부를 수 없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법률가와 헌법 전문가 대부분은 이번 법안이 일본의 헌법 9조(평화헌법)를 위반하는 규정이라고 비판합니다. 아베 총리가 거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지만,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대개 2:1 정도로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을 압도합니다.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져 (한때 50%를 웃돌던 지지율이) 40%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가장 큰 라이벌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일본이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쟁을 포기한다는 규정을 헌법에 명시하도록 사실상 압력을 넣었던 미국이 이제는 태도를 바꿔 아베 정권의 이번 안보 법안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아베 총리는 중국의 군비 증강을 비롯해 일본이 처한 안팎의 안보 위기가 녹록지 않다며 이번 법안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줄곧 촉구해 왔습니다. 지난 1월 일본인 두 명이 테러단체 ISIS(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에 납치돼 무참히 살해됐을 때도 일본군이 좀 더 자유롭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면 이들의 목숨을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법안은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꼭 필요합니다.”
중의원 표결이 끝난 뒤 아베 총리가 한 말입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