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만] 게으름의 도그마(The Laziness Dogma)
2015년 7월 20일  |  By:   |  칼럼  |  1 comment

미국인은 다른 선진국 국민과 비교할 때 훨씬 많은 시간 동안 일합니다. 2009년 진행한 연구를 보면, 유럽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다는 독일인과 비교하더라도 미국인의 근로 시간은 평균 30% 이상 길죠. 하지만 젭 부시(Jeb Bush,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전 플로리다 주지사 – 역자주)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는 여전히 미국인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합니다. 부시는 미국인들이 조금만 더 열심히 일하면 현재보다 2배 높은 경제성장률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부시의 생각은 보수 진영에서는 아주 일반적입니다. 게으름의 도그마라 불리는 이 사고의 틀은 임금 양극화와 같은 경제 불평등 현상을 개인의 나태함과 나약함 탓으로 돌립니다. 그들은 심지어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정책으로 인해 많은 미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고 있다며, 게으른 국민을 나무랍니다.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이자 공화당의 전 대선 후보 밋 롬니(Mitt Romney)는 대선 운동 기간 중 47%의 오바마 지지자들을 향해 ‘하는 일도 없이 국고만 축내려는 무임 승객’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죠. 이러한 발언의 근저에는 실업 지원과 식료품 할인 구매권(Food stamp, 미국 정부가 저소득자들에게 매달 나누어주는 식료품 지원 제도 – 역자주) 보급과 같은 미국의 재정 지원 정책이 미국 국민이 꾀병을 부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게으름의 도그마가 깔렸습니다.

하지만 게으름의 도그마가 사실에 기반을 둔 관점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보수 진영은 점점 방만해지는 사회안전망 운영이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해 국가 경제 동력을 오히려 상실하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GDP 대비 사회 안전망 운영비 비율은 대공황(Great Recession) 시기를 제외하고는 역사적으로 상승한 적이 없습니다. 보수 진영은 미국인들이 게으르다고 비난하지만, 미국인들은 독일인보다 30% 많이 일합니다. 보수 진영은 작금의 경제 양극화가 개인의 무능과 게으름 때문이라 탓하지만, 실질적으로 보통의 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수는 현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제 양극화에 대한 민주당원(Democrats)의 생각은 분명합니다. 이들은 최저 임금을 올리고 의료 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소득 양극화, 경제 불평등 현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 믿습니다. 반대로 공화당원(Republicans)은 개인의 나태함과 게으름이 경제 양극화의 가장 큰 이유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축소해 개인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과 부자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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