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교육의 역사, 성공인가 실패인가
2015년 7월 7일  |  By:   |  과학, 문화, 세계  |  No Comment

“아기는 어떻게 생기나요?” 아마 모든 부모에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겁니다. 18세기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어떤 혼란도 남지 않게 최대한 있는 그대로 설명하되, (자식이) 16세가 넘어서야 가르칠 생각이 아니라면 10세 전에 해결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물론 혼외 관계를 통해 얻은 다섯 아이를 모두 병원에 맡기고 부모로서의 책임을 외면한 루소가 다른 부모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충고할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 정책의 일부로 성교육을 어떻게 시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간섭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루소의 시대가 지나고 20세기가 밝자, 일부 국가에서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가정의 일에서 학교의 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이 되자, 성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 이와 같은 교육 정책을 권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논란이 따랐습니다. 인간의 성은 생물학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에게는 성스러운 것이기까지 하니까요. 의학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가 얽혀있기도 하며, 법률이나 종교 교리의 통제 하에 있기도 합니다. 언제, 어떻게, 어느 선까지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요? 집집마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의견이 갈리는 주제입니다.

성교육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데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생물학의 발전과 공공 교육의 확산이죠.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생물학”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일 뿐 아니라 성병의 확산을 막는다는 공중 보건 상의 명분도 갖추고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조너던 지머만의 신간 <뜨거운 주제: 성교육의 세계사(Too Hot to Handle: A Global History of Sex Education)>은 역사 속에서 성교육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세계 제 1, 2차 대전과 인구 폭발의 공포, 에이즈-HIV의 등장 등 역사적 사건이 성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과목이 그러하듯, 성교육 역시 한 나라의 특성과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성교육에서 공공 위생의 차원을 강조했던 것, 우생학적인 요소가 포함되었던 것, 나라에 따라 “모성 교육” 등 다양한 다른 이름을 가졌던 것, 소련의 성교육은 한때 자위행위를 “반혁명적인 행위”로 규탄했던 것, 멕시코의 사회주의 정권은 성교육을 권장했지만 가톨릭 교회는 반대했던 것 모두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죠. 그리고 지머만의 지적대로, 서구는 성교육을 식민지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머만이 내리고 있는 결론은 성교육이 결국은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교육이 성병의 확산을 막고 피임법을 널리 알려 여권 신장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회과학자들도 많을 겁니다. 어떤 성교육을 성공한 성교육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성교육의 결과는 10대 임신율의 감소나 이혼율의 감소일 수도, 동성애자에 대한 폭력의 감소일 수도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는 사람들의 수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초혼 연령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여성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빈도가 늘어났는지를 보고 성교육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죠. 저자는 성교육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교육이 실패였다고 주장합니다. 성교육을 둘러싼 논란의 유무로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면, 그의 주장대로 성교육은 실패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지머만의 연구는 오래된 싸움에 새로운 조명을 비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누자는 사람들과, 이러한 주제를 사적인 문제로 두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미국 사회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유네스코 헌장이 “어린이들이 부분적인 정보, 잘못된 정보, 명백한 악의적 착취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인권 존중이라는 보편적 가치 하에 과학에 근거한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마당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의 뿌리를 찾으려는 지머만의 노력에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시도에는 큰 한계가 있습니다. 그가 “세계사”를 다루면서도 영어로 된 자료들만을 주로 참고하는 점, 여권 신장 운동,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역사와 성교육 역사의 접점을 무시하고 있는 점 등은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성교육을 둘러싼 갈등을 국가와 가정, 종교와 과학 간의 갈등으로만 보면 이 싸움이 여성과 아동의 권리 대 부모와 가족의 권리를 두고 벌어지는 권리 싸움이 되었다는 점을 간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소녀들은 원치않는 성관계와 결혼을 강요당하고, 피임 기구를 구하기 어려운 곳도 많으며, 동성애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여러 성병의 위세는 가라앉을 줄 모릅니다. 성교육이 실패해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권리를 찾기 위한 혁명이 반혁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포린어페어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