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길이 TV 광고의 종말
2015년 7월 3일  |  By:   |  문화  |  2 Comments

한때는 대중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각광 받았던 30초 짜리 TV 광고는 오늘날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나 다이얼을 돌려야 했던 집전화기처럼 TV 광고는 20세기의 유물로 취급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TV 광고의 전성기는 뭐니뭐니 해도 1960년대였습니다. 이메일도, 문자 메시지도, 소셜 미디어도 없던 그 시절 퇴근하고 난 뒤 저녁, 밤 시간은 말 그대로 자유 시간이었습니다. TV에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는 방송국도 극소수였고, 방송 시간도 하루에 특정 시간으로 제한돼 있었습니다. 이 시절 광고는 상품 정보를 알려주고 새로 나온 자동차를 알려주고,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얼마나 멋진지를 상기시켜줬습니다. TV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 같은 역할을 했고, 광고는 그 구체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또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TV 광고는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안 나오는 대신에 자꾸 끼어드는 귀찮은 존재일 뿐입니다. 상품 정보를 알리는 게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TV 광고를 통해 정보를 얻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광고 자체를 무조건 혐오하는 건 아니지만, 이른바 내가 ‘고객 모드’에 들어갔을 때, 그때 정보를 듣고 싶어합니다. 마치 프로그램에 덕지덕지 엉겨붙은 듯한 TV 광고는 그래서 더 성가신 존재입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끼어드는 광고를 “시청을 훼방놓는 광고(interruptive advertising)”라 비꼬아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TV 광고는 온 가족이 저녁 시간에 모여앉아 다른 할 일이 없을 때 함께 TV 프로그램에 빠져들던 시절에 특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소위 ‘본방 사수’ 개념이 갈수록 희미해진 지금은 가족들이 모여서 TV를 함께 보는 게 대표적인 문화 활동도 아닙니다. 아마도 TV 앞에 앉아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기능으로 보고 있을 당신은 재미있는 부분은 돌려서 또 보기도 하고 반대로 재미없는 부분은 건너뛰기도 하며, 친구한테 메시지가 오면 TV를 잠깐 멈추고 답을 할 수도 있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며 TV는 그냥 켜두기만 한 채 흘려듣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는 광고가 나올 때 할 수만 있다면 광고를 건너뛰고 싶다고 했고, 60%는 광고를 안 보려고 프로그램을 따로 다운 받아서 본다고 했습니다. TV 광고의 최고봉으로 여겨지는 미국 수퍼볼 광고도 한물 갔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지난해 수퍼볼 광고의 80%가 광고를 한 기업 매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이용자가 늘어난 것도 TV 광고의 효과를 떨어뜨렸습니다. TV만 집중해서 보는 시청자들은 광고에서 세 가지 브랜드를 언급하면 그 가운데 평균 2.43개를 기억해냈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유저들이 기억해낸 브랜드는 1.62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광고에 집중을 안 한다는 뜻이죠. 광고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인 정보 전달 기능도 TV 광고는 인터넷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2005년만 해도 미국인의 52%가 TV 광고를 통해 상품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지만, 이 비율은 지난해 41%로 떨어졌습니다.

TV 광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광고 기법이 어떤 것이 될지에 대해 명확한 답은 아직 없습니다. 한 가지 각광 받는 분야는 이른바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인데, 이는 광고주가 아예 프로그램 자체를 후원하고 소비자에게 담고 싶은 메시지를 프로그램에 너무 튀지 않게 녹여내는 방식입니다. 기존 광고가 제품이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홍보하는 데 주력한다면, 네이티브 광고는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나 채널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브랜드 광고가 너무 드러나지 않는 건 곤란하지만, 절대 전면에 대놓고 나오지는 않죠. 이런 네이티브 광고는 버즈피드를 비롯한 온라인 상에서 특히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시청자들이 TV 프로그램을 점점 영화관에서 영화 보듯이 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중간 광고를 최대한 자제하고 프로그램 앞이나 뒤에 시청자를 짜증나지 않게 하는 선에서 관심을 유도해 광고를 넣는 겁니다.

TV 광고가 위기를 맞은지는 오래 됐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TV의 시대는 갔고 인터넷 시대가 왔다는 말도 이제는 현실이 됐지만, 그렇다고 TV 광고가 아예 자취를 감추는 모습도 상상하기 힘듭니다. TV 광고가 힘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이 더 이상 프로그램을 보려고 기대하고 자리에 앉은 4분 동안 미리 준비된 30초 짜리 광고 여덟 편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의미의 TV 광고는 계속해서 영향력을 잃어갈 것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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