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스노든 죽이기
지난주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름이 영국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NSA(국가안보국, National Security Agency)의 불법 도청, 감청 실태를 폭로하고 지금은 러시아로 망명한 인물입니다. 6월14일 ‘선데이 타임스’는 ‘러시아와 중국이 스노든의 폭로 내용을 해독해버리는 바람에 영국 정보기관(MI6)이 러시아와 중국에 파견된 첩보원을 철수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내무부 고위층 관계자는 “스노든 때문에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뉴스와 함께 이어진 과장된 내용들은 정말 경악스러울 지경입니다-안토니 글리스 교수는 스노든을 여러 번 “제 1의 악당”이라고 칭했습니다.
스노든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기 전에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선데이 타임스 보도가 나오기 사흘 전인 6월11일, 영국 정부가 제출한 대테러방지법 초안을 검토하던 데이비드 앤더슨 위원은 이 새로운 감청법안에 대해 “비민주적이고, 불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규탄하며, 법안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대테러방지법이 정보기관에게 지나친 권한을 부여해 민주주의와 사생활보호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였습니다. 영국 시민단체는 이런 감청법안에 대해 오랫동안 반대해왔습니다. 감청법이 쉽게 통과되지 않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에드워드 스노든의 공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 ‘선데이타임스’의 특종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정부가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추정으로 이야기 하자면, 이러한 조잡하지만 완벽하기 이를 데 없는 시점에 스노든에 관한 비판적 특종이 터지는 상황을 보면, 앞으로 영국 정부가 이 사태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데이비드 앤더슨 위원이 제기한 문제의 초점이 흐려지게 유도하고, 그래서 결국 정보기관을 위한 그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입니다.
정보기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을 때 마다 보수 정권의 반응은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스노든을 비롯, 국가안보 기구에 대해서 감히 의심 섞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향해 ‘국가의 적’이나 ‘테러 옹호자’라는 꼬리표를 붙여 일체의 그에 관련된 언급을 금지하는 식이었습니다. 과거 우리가 충분히 겪어온 수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영웅입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제가 테러옹호자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지요.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영국 정부는 법을 어겨 왔습니다. 그들은 의회를 상대로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첩보 활동을 숨겨 왔습니다. 무기력한 정보보안 위원회(ISC)는 정보기관의 의심스러운 서류 일체를 찾아내거나, 수상한 해외 용의자 인도 과정을 추적하거나, 불법적인 활동의 범위를 파악하는 일에 실패해왔습니다. 하지만 스노든은 가능했습니다.
스노든(과 여러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오늘날 우리가 있는 곳까지 절대 도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스노든은 응당 정부를 감시해야 할 기구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공익을 위해 대신 해 준 사람입니다.
원문출처: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