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채집인들의 독특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지는 이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UCL) 의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거주지에 대한 의사결정의 성평등이 수렵채집인들의 독특한 사회구조를 설명해준다고 합니다.
이전의 연구들을 통해 수렵채집 무리 내에서는 근친도 (relatedness) 가 낮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는데, 인간은 후손을 키우는 과정에서 가까운 친척들에게 많이 의존하므로 부모, 형제자매나 조부모 등과 가까이 사는 것을 매우 선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2015년 5월 14일자 ‘사이언스 (Science)’ 지에 출판된, 레버헐미 트러스트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새로운 연구는 거주지 의사결정에서의 성평등과 무리의 구성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힌 최초의 연구입니다.
2 년 이상에 걸쳐 이루어진 연구에서 UCL 인류학과의 수렵채집인 회복력 프로젝트 (Hunter-Gatherer Resilience Project) 의 연구자들은 콩고와 필리핀의 수렵채집인들 사이에서 생활했습니다. 이들은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친척관계에 대한 계보학 자료와 캠프 사이의 이동성, 그리고 거주 패턴 등을 수집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정보를 이용하여 방문했던 각 공동체의 개인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알아냈습니다. 이들 수렵채집인들은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지만 한 공동체 내의 사람들 중에는 친척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자들은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캠프가 짜맞춰지는 과정을 모의실험으로 재현했습니다. 이 모델에서 개인들은 비어 있는 캠프에 가까운 친척들 – 형제자매, 부모와 자녀 – 과 정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쪽 성만이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경우, 즉 전형적으로 남성이 지배하는 목축, 혹은 농업 사회와 비슷한 경우에는 캠프 내의 근친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이 모두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때는 무리 내의 근친도가 낮았습니다. 많은 수의 수렵채집 사회는 가족들이 남자의 가까운 친척이 많은 캠프로 이동하는 경우와 여자의 가까운 친척이 많은 캠프로 이동하는 경우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마크 디블 (UCL 인류학) 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전의 연구자들이 수렵채집 무리들의 근친도가 낮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 연구는 왜 이런 패턴이 나타나는지를 설명해줍니다. 개인들이 친족들과 사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모든 개인들이 가능한 한 많은 친족들과 같이 살고 싶어 한다면 결국에는 많은 친족들과 같이 살게 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다는 얘기죠.”
인간만이 가진 여러 특징들, 즉 높은 인지능력, 문화의 축적, 그리고 초-협력 등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회 조직 패턴때문에 진화해 왔습니다.
수렵채집 사회가 갈수록 외부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지만 이들은 과거 인류의 삶 및 사회 조직과 가장 가까운 살아 있는 예이기 때문에 인류의 진화 역사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선임 저자인 안드레아 미글리아노 (UCL 인류학) 는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의 인류 진화 과정에서 혈연관계가 없는 개인들끼리 협력하는 것과 같은 인간의 독특한 특징이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성평등이 제공해 준 것입니다.” (사이언스 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