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나빠질 것처럼 겁주는 언론보도에 속지 마세요
2015년 5월 19일  |  By:   |  과학  |  1 comment

신문에 나오는 신경과학 관련 기사는 대부분 건강에 나쁜 습관을 다룹니다. 올해 초 어떤 신문은 인터넷 성인물을 보는 동안 뇌가 수축한다는 연구를 싣기도 했습니다. 더 최근에 ‘데일리 메일’은 디지털 기기들을 사용해 다중 작업을 하는 것이 우리 뇌를 작아지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사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비슷합니다. 성인동영상/불량식품/게임 등이 해롭다는 기존의 관념에 더해, 이제 과학자가 할 일은 이런 것이 뇌를 수축하게 만들기 때문에 역시 나쁜 습관이라는 걸 증명하는 겁니다. 마치 우리가 품고 있던 악에 대한 의문에 명확한 판결을 내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사는 뇌 수축이 좋은 징후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사실 큰 것이 곧 좋다는 생각을 뇌에 적용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코끼리나 고래의 뇌는 상당히 크지만 이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은 아닙니다. 반대로, 작은 뇌를 가진 꿀벌은 굉장히 똑똑합니다. 게다가, 부분적인 뇌 수축은 신경 효율성이 증가했다는 징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의 뇌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부피가 계속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피를 줄이며 다듬는 작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부분적인 뇌 수축이 필연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예가 엘리트 체스 경기 선수의 뇌 연구를 통해 제기되었습니다. 주르겐 한기(Jürgen Hänggi)는 프로 체스 선수와 아마추어 체스 선수 각각 20명의 뇌를 자기 공명 영상법(MRI)으로 촬영해 비교했습니다.

프로 체스 선수가 복잡한 체스 수를 기억하기 위해 더 큰 측두엽을 갖고 있을까요? 또는 여러 수 앞을 내다보기 위해서 훨씬 더 큰 전두엽이 필요할까요? 실험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집단 사이에 약간의 뇌 구조 차이만 발견되었으며, 이런 구조적 차이는 프로 선수와 비 프로선수 사이의 부분적인 뇌 수축의 정도 차이였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프로 체스 선수 뇌의 측두엽과 후두엽이 만나는 장소(OTJ: occipital-temporal junction)의 중뇌수도 주변 회백질이 더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OTJ는 물질의 인식과 물질간의 관계를 인식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프로 체스 선수 뇌 백질 부위의 ‘확산성’이 좀 더 줄어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위는 시각적 정보를 실행 부위로 보내는 중요한 통신 매체입니다. ‘확산성’이라는 것은 전문적 용어로 ‘덥수룩함’을 뜻하며, 프로 선수는 이 통신을 담당하는 부위를 다듬어 작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체스 경기 경험이 더 오래 될수록 신경 미상핵의 부피가 더 작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도 발견하였습니다.

프로 체스 선수에게서 발견된 부분적 뇌 수축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연구진은 관찰 결과 발견한 것을 통해 무언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뇌 피질의 두께와 중뇌수도 주변 회백질의 부피 사이의 연관성이 심리학적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데일리 메일’이나 기타 신문들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뇌 과학은 생각보다 복잡하며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뇌의 구조적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해 내는 것이 현재는 어렵습니다. 뇌 수축은 나쁘고, 뇌 확장은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서로 상충하는 주장을 좀 더 큰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예들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훈련이 뇌의 특정 부분 신경계를 더 두텁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 음악가들은 손과 손가락을 조정하기 위한 신경계를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또한 뇌의 피질은 나이가 들면서 축소되며, 이러한 것은 인지 능력의 소실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음치들의 청각 피질에서 더 두꺼운 신경 물질이 발견되기 때문에, 더 두꺼운 것이 항상 더 좋은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도 합니다. 체스 선수들에 대한 연구가 지력과 뇌 사용을 알아내기 위한 첫 연구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초 브라질 축구 선수인 네이미르가 발로 공을 컨트롤 하고 있을 때 뇌가 얼마나 적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뇌 기능 연구도 있었습니다.

뇌의 변화에 대한 상반되는 연구 결과와 주장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직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로 체스 선수들에게서 보이는 뇌 수축은 신경 접합부의 축소가 일어나는 어린 나이에 체스를 훈련하던 습관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성인이 된 이후 과도한 연습이 뇌의 부분적 확장을 야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아직까지는 가설에 불과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일반적으로 체스 경기를 하는 것이 우리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일반인과 약간 다른 뇌 구조를 가진 사람이 체스 경기에 빠져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뇌의 수축이 꼭 부정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뇌 수축 현상은 신경계 효율이 증가했거나 또는 그 행위가 고도의 전문성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또 뇌가 수축하는 것으로 여러분을 겁주려고 한다면 속지 마십시오.

원문출처: W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