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2015년 5월 6일  |  By:   |  과학  |  1 comment

신문 한 편에 프랭크 휴즈라는 사람의 장례에 대한 소식이 실립니다. 80세로 사망한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친구와 동료들이 모입니다. 잠시 후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집니다. 장례식이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나자 죽은 줄 알았던 동료 프랭크 휴즈가 길을 건너 자신들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신문에 실린 80세 노인 프랭크는 버스운전사 프랭크가 아닌, 같은 마을에 살던 같은 나이의 동명이인이었습니다. 가족들은 고인이 바다를 항해하던 상인이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고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비슷한 일을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프랜츠 리쳐라는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은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세에 오스트리아 운송회사에 취직했으며, 둘 다 폐렴을 겪어 같은 이름을 가진 병원에서 치료받기도 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1700년대 영국에서 글을 가장 잘 쓴다는 인물로 알려진 사무엘 존슨은 로마 교황청의 행정기구에 대한 책을 번역하기 위해 초대를 받습니다. 그리고 같은 이름의 사서도 이 번역 업무에 참여하게 된 것을 알게 됩니다. 둘은 번역에 대한 의견 충돌을 빚었으며, 결국 둘 다 이 번역 업무에서 제외당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정말 보기 드문 우연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시각에서 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내용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사건의 법칙 (The Improbability Principle)”이라는 제 책에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일들이, 이율배반적으로 들리지만,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어나지 않을 법한 사건의 법칙은 다섯 가지 법칙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넷은 열역학의 법칙 또는 뉴튼의 역학 3법칙과 유사합니다. 이 법칙들을 나열해보면, 필연의 법칙, 큰 숫자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그리고 충분한 근접성의 법칙입니다. 이런 법칙들은 왜 우리가 정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을 마주하게 되며,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법칙들 중 하나만 적용한다면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로또에 2회 연속으로 당첨되거나 룰렛에서 블랙이 26번 연속으로 나올 확률은 정말 낮습니다. 하지만 위의 법칙들이 서로 얽혀 동시에 작용하면 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일들이 현실로 나타날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번개에 두 번 맞기도 합니다. 로또 추첨에서 같은 숫자가 2주 연속으로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사건 외에도 우리의 인식을 넘어선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납니다. 재난이 지나가자 또 다른 재난이 닥쳐오기도 하며, 수백만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금융위기가 얼마 시차를 두지도 않고 또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하며, 우리는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물리학은 정확한 예측들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비현실적 일들의 원칙을 수학적으로 풀어내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름에 관련된 일화를 더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제 이름과 관련된 일화입니다. 제가 2012년 왕립통계학회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서 텔포드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할 때였습니다. 프론트 데스크에 도착해보니 제 이름인 ‘데이비드 핸드’로 이미 체크인이 되어있었습니다. 알아보니 직원의 실수로 두번 체크인이 된것이 아닌 저와 동명이인이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마도 한두 번은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이름을 구글에 넣어보니, 파퓨아 뉴기니아에서 천주교 주교를 하던 이도 있었고, 디즈니사에서 에니메이터로 일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우연히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면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만나는 일이 정말 드물지 않을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의 원칙에 대해 기억해냈습니다.

충분한 근접의 법칙에 의하면 충분히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동일한 일로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요? 사실 제 이름에 s자가 하나 더 붙은 데이비드 핸즈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제가 살아가면서 저와 완벽하게 동일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본 일은 없었습니다. 사실 저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났던 사람은 호텔 프론트에서 일하는 직원이었지 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동명이인을 만날 기회와 충분히 근접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이 사람을 만날 확률과 호텔 직원이 저와 동명이인을 만날 확률은 확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호텔 직원은 일주일에 400여명의 손님을 체크인합니다. 저는 일년에 호텔에 20번 정도 체크인을 합니다. 계산해보면 호텔 직원은 저보다 저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이 8000배나 높습니다. 제가 일년에 만나는 사람을 다 세어봐도 호텔 직원이 만나는 사람보다는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충분한 근접의 법칙과 큰 숫자의 법칙을 결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건이 일어날 훨씬 더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기 때문에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몇십 년간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동명이인을 만날 기회도 더 많아질 것입니다.

큰 숫자의 법칙도 다른 추가 법칙들과 결합하면 더 큰 효과를 나타냅니다.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 중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아마 호텔에 숙박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미국에는 5만 명의 존 스미스가 살고 있으며, 약 천 명의 제임스 본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제 이름과 같은 데이비드 핸드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미국에 약 300명이 있습니다. 계산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 5만 개의 다른 이름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호텔에 약 263명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 두 명이 호텔에 동시에 있을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더 높습니다. 이렇게 일어나지 않을 듯한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충분한 근접성의 법칙을 다르게 적용하면 경우의 수의 폭은 훨씬 더 증가합니다. 저는 데이비드 핸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두 명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파퓨아 뉴기니아의 주교는 데이비드 J 핸드이고, 디즈니사의 에니메이터는 데이비드 D 핸드입니다. 정확히 동일한 이름은 아니지만 우연히 만난다면 이름의 동일함에 놀랄 것 같습니다. 호텔 프론트의 직원이 유사한 이름의 사람이 체크인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저에게 말해 주었을 것입니다. 이런 충분한 근접성의 법칙이 작용할 때마다 일어나지 않을 듯 보였던 우연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됩니다. 일어나지 않을 듯한 일들의 원칙의 다양한 법칙들이 이렇게 동시에 일어나면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마주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두 명의 ‘개구장이 데니스’의 우연을 설명하기는 더 어렵습니다.1951년 3월 12일, 영국 만화 ‘Beano’의 452호가 발간되었고, 이것이 개구쟁이 Dennis의 첫 번째 등장이었습니다. 같은 날 몇 시간 후, 대서양의 반대편에서 개구쟁이 Dennis를 주인공으로 한 동일한 만화 연재가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시차가 있을뿐 동일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가 동시 연재를 시작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개구쟁이 데니스의 작가는 데이비드 로이고, 미국 개구쟁이 데니스의 작가는 행크 케치맴으로, 둘은 서로 작품의 시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작품에서도 두 개구쟁이 데니스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국의 데니스는 흑발에 사악한 미소를 얼굴에 띄고, 짧은 바지를 입고 항상 혼란을 일으키며 다닙니다. 미국의 데니스는 금발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지녔고, 긴 바지를 입고 다니며 그의 순진하고 솔직한 행동으로 어른들을 당황시킵니다.

동일한, 그렇지만 연관성이 없는 외모,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두 캐릭터는 기이한 우연의 일치 중 하나로 보입니다. 무수한, 셀 수 없을 만큼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우리는 이러한 우연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무작위 현상들의 소음들 속에서 이러한 우연들을 간추려 내고는 “이것 좀 봐! 어쩜 이런 신기한 우연이 다있지!”하고 놀라는 것입니다.

원문출처: 슬레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