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의 결혼 문제
2015년 4월 27일  |  By:   |  세계  |  3 Comments

20150418_ASC838캅(KHAP)은 인도의 북서부 지역 정치사회 공동체로, 마을의 원로들이 모여 결혼이나 카스트 제도 등에 대한 법규를 정합니다. 다른 카스트, 다른 지역 출신과의 결혼을 금지하고 ‘명예 살인’까지 용납할 정도로 보수적인 기구이지요. 그러나 2014년 4월,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하리아나 지역의 가장 큰 캅인 사트롤 캅(Satrol Khap) 지역 간, 다른 카스트 간 결혼 금지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 내에서 남녀간 성비가 맞지 않아 결혼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리아나 주의 남녀 비율은 여성 100 명당 남성 114명입니다. 신부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카스트나 인근 지역으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전통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주 바깥에서 온 신부에서 풍습을 가르치느니, 인근 지역에서 신부를 구하도록 허용하는 게 낫지요.”

500년 동안 보수적인 가치를 수호해오던 조직조차 변하게 한 건 인도만이 아닙니다. “결혼의 압박”(Marriage Squeeze)은 남성들이 신부를 찾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여성들이 늦게 결혼을 하는 사회 문제는 진작에 불거졌으나 두 나라를 합하면 인구가 총 26억 명에 달하는 인도와 중국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이는 삽시간에 세계 인구의 1/3이 겪는 문제가 됩니다. 결혼을 근간으로 하던 전통적인 사회 가치가 흔들리게 되면서 나타날 변화들을 모두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미혼 청년들이 급속히 늘어나면 범죄율이 올라가는 건 어느 사회나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성비 불균형이 나타날까요? 그 시작은 한 세대 전 태아 성별 감별 후 낙태를 하던 1990년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자녀 정책과 남아선호사상이 합쳐지면서 나타난 현상이지요. 인도에서도 몇 년 후 비슷한 유행이 불었습니다. 2010-2015년 UN 통계에 따르면 여자아이 100명당 중국에서는 남자아이 116명이, 인도에서는 111명이 태어납니다. 여기서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여성들을 “잃습니다.” 2010년 1억 명이 넘는 여자아이가 태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0년만 해도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은 큰 영향을 받지 못했으나, 2020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잃어버린 여성들”은 현상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매해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그들보다 몇 살 어린 여성과 결혼합니다. 인도의 경우, 결혼 평균 연령이 남성 26세, 여성 22세인데, 지금 20대 초반인 세대는 출산율이 낮았을 때 태어났기 때문에 숫자가 더 적죠. 출산율이 얼마나 떨어졌겠냐고, 별거 아니냐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2000~2010년 인도의 25~29세 남성이 920만 명 늘어난 반면, 20~24세 여성은 겨우 760만 명만이 늘었습니다.
인도의 출생 당시 성비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2050년 싱글 남성의 숫자는 싱글 여성 숫자보다 30% 많아질 겁니다. 인도의 출산율 하락폭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 출산율은 비교적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2055년이 되면 싱글 남성 수가 여성보다 30% 많을 겁니다.

“줄 서기 효과(queuing effect)”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고,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린 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가가 중요한데 결혼이 일반화된 인도나 중국에서는 수많은 남성들이 줄을 선 후 떠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25~29세 남성들이 20~24세 여성들을 만나려 시도합니다. 그러나 남성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꽤 많은 수의 남성들이 그대로 결혼 시장에 남죠. 이제, 다음 차례를 기다린 그 아래 연령대의 남성과 여성이 들어옵니다. 30대 초반이 된 남성들은 젊은 남성들과 경쟁하며 신부감을 찾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미혼 남성은 점점 더 적체됩니다. 작은 성비 불균형은 점점 커져 수많은 노총각들을 낳죠. 중국에서는 광군(光棍, 외로운 나뭇가지), 인도 하리아나 지역에서는 마랑(malang, 외롭고 제정신이 아닌), 펀자브어로는 치하라(Chhara, 노총각을 낮추어 부르는 말)라고 불립니다.

게다가 여성들이 결혼 시기를 늦추고 있습니다. 대학 교육을 받은 여성은 초등교육만 받은 여성보다 늦게 결혼하거나 아예 하지 않아버립니다. 더 잘 교육받고 도시에서 부유한 삶을 영유하는 중국의 여성들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 모든 현상들이 합쳐져 문제를 고착화시킵니다. 프랑스의 연구 기관인 발전연구기구(Institute of Development Research)의 크리스토프 길모토 씨는 최악의 경우 2050~2054년 중국에서는 미혼 여성 100명 당 미혼 남성 186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도의 경우 2060~2064년 미혼 여성 100명 당 미혼 남성 191명까지 다다를 수 있죠. 출생 성비가 변하지 않을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지만, 설사 출생 성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고 하더라고 2030년 중국 미혼 여성 100명당 미혼 남성 160명, 2050년 인도 미혼 여성 100명당 미혼 남성 164명으로 절정에 달할 겁니다. 이처럼 극심한 남녀 불균형은 역사상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긍정적인 효과도 물론 있겠죠. 일례로, 여성의 결혼 지참금이 줄어들 겁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효과는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1988~2004년 중국에서는 남성의 성비가 1% 올라갈 때마다 범죄율이 6~7%씩 올라갔죠. 신부를 납치하는 범죄나, 성매매 성행도 예상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이 빨리 결혼을 하도록 부추기면 여성 교육과 고용이 신장되던 최근의 진보적인 성과들이 퇴보할 우려가 있습니다. 베트남, 미얀마, 우크라이나 등 인근 국가에서 신부를 데려오는 방법도 있으나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뿐더러 성비 불균형 문제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효과만 나을 겁니다.

만약 결혼하는 남녀의 사회적 신분이 서로 비슷하다면, 문제가 사회 전체에 고르게 퍼져나가겠죠. 그러나 인도나 중국의 여성들은 교육 수준 등을 “높여” 결혼합니다. 고등교육을 받았으면 대학교육을 받은 남성과 결혼하는 식으로요. 결국 문제는 사회 하층민 남성에게 돌아갑니다.

중국과 인도의 결혼 문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얽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결혼이 누구나 하는 보편적인 사회 가치라는 개념도 과거의 유물이 될 수도 있겠죠.(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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