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개발에 나선 러시아 민영 기업
2015년 2월 13일  |  By:   |  세계  |  No Comment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0% 가량이 북극해 주변에 있습니다. 러시아가 12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북극해 탐사에 나서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지구온난화가 시작된 이후부터 러시아는 과학자와 군대를 북극에 파견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정부 산하 ‘북극해 개발국’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러시아의 북극해 개발을 선도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입니다.

현재 북극에서 벌어지는 공사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군사 기지가 아니라 천연가스 액화 공장 건설 사업입니다. “공장 건설을 위해 콘크리트 블럭 40여 톤을 이 곳으로 운반했습니다.” 건설 운송 회사 ‘소브프라흐트’의 해상운송 부국장 카렌 스테파냥의 설명입니다. 이 회사는 건설 사업용 쇄빙선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루코일’도 북극해 주변에서 건설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2008년 이 회사는 바렌츠해에 원유 하역장을 열었는데 기네스북에 기록된 가장 북극에 가까운 원유 하역장이었습니다. 루코일은 부대사업의 하나로 쇄빙선과 내빙선을 건설하는 조선사업도 합니다.

그전에는 러시아 니켈 채굴회사 ‘노릴스크 니켈’이 쇄빙선 6척으로 선단을 꾸리기도 했습니다.

“그 배들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스테파냥이 말합니다. “그 쇄빙선은 얼음을 깨는 장치가 선미에 있습니다. 그래서 얼음을 돌파할 때 배는 뒤로 진행해야 합니다. 즉 얼음이 없는 바다를 항해할 때는 쇄빙 장치가 배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스테판얀 회사 ‘소브프라흐트’는 쇄빙선을 3척 가지고 지만 낡은 구식 배입니다. 하지만 그런 변변찮은 선단만으로도 회사는 북극해 최대의 운송 업체가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에 쇄빙선을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북극에서 가장 따뜻한 달인 8월이면 평균 온도가 섭씨 2도로 오릅니다. 대형 배가 섬에 정박할 때 수심 때문에 섬에서 몇 킬로미터를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럼 작은 바지선이 몰려와서 수송을 돕습니다. 항구도 없고 부두도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노보시비르스키 섬에는 아무런 기반 시설이 없었습니다.” ‘소브프라흐트’에서 파견나온 드미트리 퓨림 씨의 말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건설한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거기에 트랙터와 바지선이 있지요. 북극에 트랙터가 있다는 걸 상상해보셨나요. 여기는 모스크바 교외가 아닙니다. 5천km 밖에서 트랙터를 가져온 거에요. 공사 장비가 아주 귀합니다.”

북극에선 모든 게 다르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여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에 열흘 정도만 하역 작업이 가능합니다. 겨울은 불쑥 찾아옵니다. 올해 추위는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고 배 2척은 섬 주변에 남겨졌습니다. 선원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도망쳤습니다. 물론 겨울에 작업하는 게 불가능은 하지만은 않습니다. 소련 시절, 빙판 위로 운송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때때로, 스테파얀은 그 때 선배들을 부러워합니다. “소련 시대에는 국가가 무한정 물자를 대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 기업이 손익을 계산하며 사업을 합니다. 그저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2014년 북극해 쇄빙선 대여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정부 보조금이 현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쇄빙선 대여료를 무작정 올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 국제 물류 회사들은 북극해항로보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택할 것입니다. 물론 북극해 개발의 일차적인 목적이 수에즈 운하와 경쟁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왕 공사를 하는 김에 물류 사업까지 하는 게 나쁘지는 않겠지요.

북극해를 통과하는 해상 수송로는 거리를 상당히 단축시킵니다. 무르만스크에서 일본까지 가는데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경로의 총 길이는 1만2800 해리에 달하지만, 북극해 통과 경로는 5800해리에 불과합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연료비와 인건비가 증가합니다. 게다가 북극해에는 소말리아 해적이 없죠.

하지만 북극해 항로를 지나는 건 몇가지 단점도 있습니다. “북극해 항로를 지날 때는 배가 침몰할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라고 스테파냥은 말합니다. “보험회사는 이 점을 계산에 넣고 있어서 보험비가 비싸집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북극해를 지나는 배는 빙산과의 충돌에 대비한 보호설비를 달아야 합니다. 또 배가 정박할 시설은 이제 막 공사가 시작된 단계입니다.

북극해항로가 붐비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였습니다. 빙산이 녹아서 쇄빙선 없이도 배가 다닐 수 있게 됐죠. 아직은 대부분의 배가 러시아 국기를 달고 있습니다. 2014년은 교통량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무역량이 줄었고 예년에 비해 빙산이 더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간시설 건설이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원문출처: Kommers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