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다니엘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
2015년 2월 12일  |  By:   |  한국  |  52 Comments

(역자주: 독일 주간신문 ‘디 자이트’ 2월9일자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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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부터 한국 JTBC 에서 방영 중인 ‘비정상회담’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외국 남성들이 출연해 각자의 문화와 사회를 토론하는 토크쇼입니다. 29세 다니엘 린데만은 독일 대표로 출연해 한국에서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디 자이트: 린데만 씨, ‘비정상회담’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독일 독자에게 어떤 프로그램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다니엘 린데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남성 12명과 한국 사회자 3명이 출연합니다. 유엔 정상회의를 본떠 때론 진지하게 토론하고 때론 싸우기도 하지만, 큰 틀에선 재미를 주려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미녀들의 수다’라는 과거 프로그램을 계승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녀들의 수다’는 외국인 여성이 나와 김치 같은 가벼운 주제를 놓고 말하는 토크쇼였죠.

디 자이트: 매회 유명인이 게스트로 출연해 주제를 던집니다. 주로 어떤 주제를 두고 말하게 되나요?

다니엘: 예를 들어 직장 문제, 차별 문제 등이 있습니다. 한번은 게스트로 출연한 한국 유명인이 결혼에 대한 화두를 꺼냈습니다. ‘저는 30살입니다. 가족과 친척은 결혼을 서두르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결혼을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비정상인가요?’ 그러면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찬반을 나눠 토론을 벌입니다. 그러면서 각자 나라의 상황을 소개합니다.

자이트: 어떤 주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다니엘: 한국에서 택시를 탈 때 제가 독일에서 왔다고 하면 운전사가 ‘히틀러는 영웅이다. 나치 군복이 멋졌다’라는 식으로 화제를 띄우는 경우가 두 세 번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이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한국인 중에는 히틀러가 멋있는 지도자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독일에서 볼 때 그는 악마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방송이 나가자 제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독일인이 독일의 지난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들은 상당히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자이트: 방송 준비를 어떻게 하나요?

다니엘: 작가가 방송 주제에 관해 미리 질문지를 줍니다. 그럼 자료 조사를 하고 어떤 관점을 취할지, 그 관점을 어떻게 정당화할지를 연구합니다. 우리 답변을 받은 작가가 대본을 짭니다. 하지만 꼭 대본대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우린 모두 한국을 사랑하지만, 한국인이 기뻐할 말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이트: 당신은 본에서 한국학을 공부했고 이후 한국을 더 잘 알기위해 서울로 갔습니다. 이제 TV쇼에 출연해 독일인으로서 한국인에게 얘기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독일 대표”라는 위치가 어떤가요?

다니엘: 제가 전형적인 독일인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주관적인 생각을 말할 뿐입니다. 하지만 해외에 있다보면 어떤 식이든 애국심이라는 게 우러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독일인의 입장에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독일에 관한 이미지는 좋은 편입니다.

자이트: 왜죠?

다니엘: 동서독 통일 역사를 들 수 있습니다. 통일 문제는 한국인에게 큰 과제입니다. 또 2차대전 종전까지 한국은 일본 식민지였고 아직도 한국인은 일본의 제대로 된 공식 사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독일이 프랑스나 폴란드와 화해한 것을 보고 한국인은 독일을 아주 존중하게 됐습니다. 물론 독일에 관한 일차적인 이미지는 역시 맥주와 소시지입니다. 예술, 음악, 문학 등도 독일의 이미지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도 중요하구요.

자이트: ‘비정상회담’에서 다니엘의 역할은 뭔가요?

다니엘: 저는 농담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독일식 유머를 구사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건 다 콘셉이죠. 저는 독일의 좋은 면을 알리고 싶지만, 한국에선 독일이 지나치게 지상낙원인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일에 살아보지 않은 한국인은 ‘독일 복지 체제가 완벽하다’ ‘교육 체제가 완벽하다’ ‘모든 게 다 좋다’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저는 솔직해지려고 합니다.

자이트: 독일에 관해 한국인이 제일 신기해하는 게 뭔가요?

다니엘: 독일에 누드 사우나 문화가 있다는 걸 듣고 놀라더군요. 아주 신기해합니다. “독일에 가면 꼭 사우나에 가야겠다”고 말합니다.

자이트: ‘비정상회담’이 인기있는 이유는 뭘까요?

다니엘: 한국 친구들은 우리 토론 방식이 특별하다고 말합니다. 공중파와 다른 대부분의 한국 방송에 진지한 토론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방송 토론에서 격렬한 비판을 주고 받지 않아요.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하지만 한국 교육 체제는 토론에 관해 크게 강조하지 않고 수업은 다소 주입식입니다. 반면 우리 방송은 꽤 자유롭죠. 이런 토론식 방송은 한국에서 새로운 시도입니다.

자이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이민자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한편에선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출연자를 내세우는 광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비정상회담’ 출연진이 대부분 선진국 출신 백인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다니엘: 백인이 한국에서 이점을 누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 농촌 남성에게 시집 온 베트남, 필리핀 여성이나 공장 노동자들은 한국이 그런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앞으로 우리 방송에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 국가를 대표하는 출연자가 자주 나와서 다른 관점을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현재 우리 출연진은 가나, 네팔,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호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러시아, 독일 출신입니다.

자이트: 당신의 SNS계정 팔로워가 21만 9천 명이 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됐나요?

다니엘: 저에겐 여러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JTBC와 같은 계열사인 중앙일보에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문화 다양성에 관한 여러 강연에 초대받았고 광고 모델 계약도 맺었습니다. 이 모든 게 즐겁습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는 점을 실감합니다. 9월 한국학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국에 무술학원을 연 최초의 외국인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원문출처: 디 자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