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애국심 마케팅은 효과가 있을까요
2015년 1월 30일  |  By:   |  세계  |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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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았던 것을 계기로, 러시아 국민 소비 성향에 애국심이라는 요소가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기업은 이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게 됐습니다.” 브랜드 기획사 데포WPF 사장 알렉세이 안드레프의 말입니다.

최근 데포WPF는 새로 출시된 쥬스 상품을 기획하면서 전통적인 러시아 양식의 그림이 그려진 나무를 재료로 쥬스병을 만드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 전통 양식의 쥬스병은 “따뜻함과 풍요로움이라는 러시아인의 정신을 담은 것”이라고 알렉세이 안드레프는 말했습니다.

치즈, 만두, 빵, 음료수 등 곳곳에서 ‘러시아’ 정신을 강조하는 상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스러움”을 강조하는 마케팅은 꼭 러시아 소유 기업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은 위의 쥬스를 만드는 도브리 사는 코카콜라의 자회사입니다.

우유 등 낙농제품을 판매하는 독일 기업 에르만은 최근 러시아 슈퍼마켓의 자사 제품 진열대에 러시아 전통 장식을 넣고 “러시아 문화와 전통의 품질을 담은 공간”이라는 홍보 문구를 강조했습니다. 핀란드 치즈 회사 발리오는 기존의 러시아에서 팔았던 핀란드산 올데르마니 치즈 외에 새로 ‘러시아산’을 강조하는 치즈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러시아산’을 강조하는 상품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초까지만 해도 그런 상품의 매출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수십 년동안 러시아 기업이 국산품 애용을 호소했지만 효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알렉세이 안드레프의 설명입니다.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마케팅 회사 PR2B의 언론담당부장 니콜라이 이타로프는 이제 소비자의 1/3 가량이 “러시아스러움”을 강조한 상품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식품 산업이 국수주의 유행을 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의류업계, IT산업, 자동차 산업 등은 외국산 브랜드가 강세라고 안드레프는 설명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 사진이 박힌 티셔츠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또 최근 ‘푸틴폰’이라고 해서 아이폰 케이스에 푸틴 얼굴을 새긴 물건이 인기입니다. 이와 관련한 벤처기업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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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명 방송인 안나 캄프만은 최근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패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전통 문화와 역사를 모티브로 한 의류 브랜드를 지난해 내 놓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안나 캄프만의 애국심 마케팅은 물론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캄프만 상품의 옷감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입니다. 또 재봉사들은 모두 돈을 벌러 외국에서 온 이민자들이었습니다. 캄프만은 러시아 국적을 가진 재봉사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찾기 힘들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말부터 루블화 환율 사태가 터지자, 이들 재봉사들은 다 떠나버렸습니다. 계속 일하고 싶었던 재봉사들도 비자문제로 러시아 당국에 의해 추방됐지요.

러시아 전통 자수 스카프 제조 회사 공장장 브야체슬라프 돌고프는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탄탄합니다. 애국 열기가 높아질 수록 스카프 매출은 올라갑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나빠져서 걱정입니다. 지난해만큼만 매출이 나오면 대성공일텐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가 애국심에 기반해 구매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봅니다. 하지만 과연 이 현상이 오래 지속될지는 의문입니다”라고 경영 자문가 세르게이 미트로파노프는 말했습니다. “애국심 마케팅 열풍은 대개 한 때의 바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국심 마케팅은 때로는 역풍을 맞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러시아산이나 러시아 정신을 강조하는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양 시장에서는 어떨까요? “서양 시장에서 러시아 브랜드가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는 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서양에서 러시아산이라는 것은 거의 없는셈이니까요.” 광고회사 전략부장 로스탐 살림츠야노프의 말입니다. “아마도 타격을 받는 것은 러시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알려진 서양 기업이겠지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 레즈비언-게이 협회가 스톨리 보드카 술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 적 있습니다. 러시아 정치인들이 동성애자에 대한 적대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보드카 회사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고 공장은 라트비아에 있습니다.

원문출처: Kommers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