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의 경제학
2015년 1월 26일  |  By:   |  경영  |  No Comment

제가 어릴 때는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음식의 종류가 산더미같이 많은 뷔페에 가는 게 그저 신날 뿐이었죠. 뷔페는 가족들끼리 생일이나 명절처럼 특별한 날에 가는 즐거운 이벤트였고, 치킨 너깃에 멜론을 먹거나, 맥 앤 치즈에 젤리 샐러드를 먹을 기회였죠. 미국,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 뷔페 사업은 점점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1950년대 후반처럼 싸구려 음식이 아니라 코베 스테이크나 킹크랩이 나오고 5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뷔페도 인기를 끌고 있죠.

최근 한 연구에서는 뷔페에 그렇게 많은 돈을 내는 것이 음식 맛을 좋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낸 돈만큼 음식이 맛있다고 의식하기 때문이지요. 뉴욕에서 139명을 대상으로 8달러 뷔페와 4달러 뷔페를 제공한 후 음식 맛을 평가하게 하였을 때 같은 음식임에도 불과하고 8달러를 낸 그룹이 음식 맛이 11% 더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더 먹을수록 점점 맛이 없다고 인식하죠. “사람들은 자신이 낸 돈만큼 음식 맛을 기대합니다. 돈을 많이 내지 않으면 음식 맛이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게다가, 더 먹을수록 음식 맛이 없어집니다. 뷔페 가격이 싸면 뷔페를 떠날 즈음엔 음식이 맛없었다고 후회하며 떠나죠.” 코넬 응용경제경영학과 데이비드 저스트 교수의 말입니다.

뷔페가 얼마나 많은 이윤을 내고 있는지에 관한 데이터는 구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대부분 기업이 이윤, 위생 상태, 원가를 밝히기를 꺼려하기 때문이죠. 일종의 사업 비밀로 치부됩니다. 그러나 뷔페 산업도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일반 음식점 사업과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음식 값에 내는 돈이 음식, 음료, 인건비, 렌트, 기타 우발적 이벤트에 내는 비용보다 커야하는 것이죠. 그러나 뷔페의 단가 구조는 일반음식점과 조금 다릅니다. 먼저 서빙이 필요없기 때문에 인건비가 줄어듭니다. 소비자 스스로 줄서서 음시을 기다리고, 한국식 고기부페나 일본식 샤브샤브의 경우는 고객 스스로 음식을 조리하기 때문에 조리에 드는 인건비도 줄어듭니다. 음식이 맛없다고 되돌려보내는 진상 고객은 없으나, 엄청나게 먹어대는 고객을 관리해야하는 위험은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All you can eat)’대신 ‘당신이 먹고 싶은 모든 것(All you care to ea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시즐러 CEO 케리 크램프의 말입니다. “어떤 고객들은 뷔페를 더 많이 먹기 대회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우리는 그보다 메뉴에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가치를 찾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많이 먹으려고만 하는 사태를 피하고 싶거든요.” 시즐러는 90년대에 강조하던 뷔페 모델을 바꾸었지만, 샐러드바는 여전히 뷔페 형식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래도 더 많이 먹겠다고 달려드는 고객에게는 결국 중요한 건 평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합니다. 그래서 그룹 고객을 끌어들이려 노력하죠. 대가족이 모이는 행사라면 엄청난 양의 게다리를 먹어대는 고객 외에 할머니나 어린 아이처럼 평균 못되게 먹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또 하나 뷔페 사업에서 중요한 건 음식량 조절입니다. “모든 음식 아이템은 5%에서 25%까지 낭비가 일어나요. 작은 팬에 조리해도 그렇죠.” 그래서 커다란 파이를 굽는 대신 한사람 양이 안되는 작은 파이를 구워 여러개 내놓습니다. 음식 조리량과 낭비되는 양을 데이터로 관리하기도 하죠. 요즘엔 모든 숫자가 컴퓨터로 들어가고 예측되는 소비량을 업데이트합니다. “매일 어떤 음식이 얼마만큼 소비될 지 예측해요.” “주말에는 해산물이 인기가 많고 연초에는 샐러드를 많이 먹죠. 가장 인기 많은 음식은 미트로프와 치킨 튀김이에요.” (The Atlantic)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