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소개하는 김치 요리
2015년 1월 23일  |  By:   |  문화  |  2 Comments

(역자주: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중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3위에 오른 기사입니다.)

여러분 주변의 한국인에게 한번 김치에 관해 물어보십시오. ‘한국 음식 문화의 핵심이다’라는 답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인은 매번 식사할 때마다 김치를 먹습니다. 이들에게 김치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김치는 그저 짜고 맵게 절여진, 마치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독일식 김치) 같은 음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김치를 그저 배추로 만든 발효 식품이라고만 묘사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김치는 한국인의 정신이 담긴 음식입니다.

김치는 밥이나 고기, 라면과 함께 먹는 반찬으로 흔히 쓰입니다. 계란이나 베이컨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단순히 조미료로 그치는 게 아니라 무궁무진한 활용법이 있는 마법의 재료입니다. 김치를 국이나 스튜, 면류, 밥 속에 넣는 것은 다른 차원을 열게 합니다.

김치 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로린 전은 김치의 가능성 대해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김치 요리가 얼마가 놀라운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묵은 김치가 특히 그렇습니다. 묵은 김치를 요리하면 김치 특유의 달콤하고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예는 김치찌개라는 것으로 삼겹살과 김치를 함께 넣어 끓여 만든 전통 음식입니다. <김치 요리법>의 저자인 전 씨는 돼지고기 대신 버터와 올리브오일을 넣어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를 만들곤 합니다. 그녀는 이걸 ‘위대한 채식의 복합성’이라고 부릅니다. 또 김치를 버터나 케이퍼와 함께 지져서 마치 프랑스 정통 뫼니에르를 비튼 것 같은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김치요리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보람을 느낄만한 작업이지만 누구나 그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에서 김치를 사먹으면 됩니다. 오늘날 한국인, 특히 도시인은 김치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이 먹습니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최소한 40파운드에 육박합니다.)

미국에서 김치를 구입하는 것은 예전보다 쉬워졌습니다. 한국인 식품점이나 건강 식품점뿐만 아니라 보통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김치를 팝니다. 가게 냉장고에서 흔히 두부 옆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김치 조리법은 수백 가지가 전해내려 왔으며 모두 젖산 발효와 관련이 있습니다. 원래 한국인은 가족이 모여 김치를 만들었고 이웃은 서로를 도왔습니다. 추수가 끝나면 여자들은 단체로 모여 며칠 동안 김장을 담그곤 했습니다.

김장 담그는 과정은 간단합니다. 먼저 배추나 무 같은 채소를 소금에 절인 후 마늘,생강,고추를 섞은 반죽으로 맛을 냅니다. 발효를 돕기 위해 설탕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굴이나 멸치 같은 해산물도 발효를 도울 뿐만 아니라 맛에 깊이를 더합니다.

상온에서 며칠 지나면 거품 나는 소금물 위로 채소가 떠오르게 되고, 이러면 김치를 먹을 때가 됐다는 뜻입니다. 이 순간 김치는 신선하고 생기있는 맛이 납니다.

원래 김장이 끝난 김치는 항아리에 넣어 땅에 묻고 겨울 내내 보관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김치를 보관하는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된 용기가 개발됐고, 김치 냉장고라고 해서 완벽히 온도를 조절하는 특수한 냉장고도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발효되지 않은 (혹은 살짝 발효된) “즉석” 김치도 출시되어 샐러드처럼 먹을 수 있습니다. 잘 발효된 신선한 김치는 바삭바삭하고 약간 시며 얼얼합니다. 하지만 식초처럼 시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선 온갖 종류의 도전적인 미식가들이 김치를 아주 빠르게 배워왔으며 요리사들은 자유자재로 김치를 다룰 줄 압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지중해식 식당 <카미노>의 공동소유자인 요리사 러스 무어의 어머니는 한국인입니다. 그는 김치를 비롯한 여러 한국 음식을 식당 메뉴에 넣기를 주저해왔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항상 냉장고 가득 김치를 채웠고 저녁 식사가 무엇이든 간에 밥과 김치는 꼭 식탁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져가는 도시락에도 늘 김치와 돼지고기가 있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른 친구들은 땅공버터 샌드위치를 도시락으로 가져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동양 음식과 서양 음식을 메뉴에 섞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하지만 김치는 저에게 참으로 중요하고도 편안한 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칙을 약간 풀기로 했습니다.”

러스 무어 씨는 식당 <카미노>의 화덕에서 구운 ‘김치 빠에야’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빠에야는 스페인 요리입니다.

“김치 빠에야는 스페인식 빠에야 요리를 한국식으로 변조한 것입니다. 인기가 좋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핫도그 위에 김치를 올린다든지 루벤 샌드위치나 구운치즈 샌드위치 위에 김치를 올리는 식으로 도전해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김치를 살 때는 종류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배추김치, 통배추김치, 파김치, 깍두기 김치 그리고 고추를 넣지 않은 백김치까지 다양합니다.

김치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김장 김치를 개봉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겨서 마치 샴페인을 열 때 처럼 거품이 분출할 수 있습니다.

김치가 좋은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요거트처럼 김치는 생균 효과가 있고 소화를 도우며 면역 시스템을 강화합니다. 물론 김치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그 훌륭한 맛 때문이겠지만요.

(참고: 와인비평가 에릭 아시모프의 조언: 강한 맛을 지닌 김치를 비롯한 한국 음식은 일반적으로 와인과 어울리기 힘듭니다. 김치의 맛이 와인의 향을 압도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예외적으로 약간 단맛이 나는 종류는 어울릴 수 있습니다. 단맛이 강화된 드미 섹 부브레(Demi-sec Vouvray)나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루는 독일산 스패틀레제 리슬링(spätlese riesling)을 추천합니다. 크리안자 리호아(crianza Rioja)나 캘리포니아산 피노 누와르(pinot noir)도 한국 음식과 어울릴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어떤 전문가들은 매운 음식을 맥주와 함께 먹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탄산이 매운 맛을 강화한다는 겁니다. 뭐, 당신은 과학을 챙겨도 좋습니다. 저는 그냥 맥주를 마시겠습니다.)

원문출처: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