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나눠준 기독교 서적, 부적절한 리더십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2015년 1월 22일  |  By:   |  세계  |  1 comment

이브가 뱀의 유혹에 곧장 넘어가는 대신 “남편에게 한 번 물어볼게요”하고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남편과 상의했다면 뱀에게 속아넘어가진 않았을텐데,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애틀란타 시의 전 소방청장 캘빈 코크란과 코드가 맞는 분일 겁니다. 코크란은 2013년에 이런 내용이 담긴 책 “네가 알몸인 것을 누가 말해 주었느냐?(Who Told You That You Were Naked?)”를 집필하고 자비로 출판했습니다. 보수적 기독교 시각이 담긴 이 책은 “부정(uncleanness)”의 정의로 “소도미, 남색, 동성애, 수간 등 모든 종류의 성적 도착을 포함하여, 순수한 것의 반대를 의미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틀란타의 카심 리드 시장은 코크란이 소방청의 직원들에게 이 책을 나눠준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사 결과 소방청의 직원들이 종교적 이유로 청장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이 청장의 리더십을 해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달 초 시장은 코크란을 해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코크란에게 이 일은 하늘이 내린 시험에 불과합니다. 일요일에 그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하느님이 나를 위해 이 폭풍을 내내 준비해 오셨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죠. 기독교 단체들은 수정헌법 1조에 의거한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그에게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코크란 지지 집회 참석자들은 “종교의 자유 법”을 하루빨리 입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재 조지아주의 의원이 발의를 고려 중인 이 법안은 정부가 강력한 사유 없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법이 성소수자 차별의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 헌법이 이미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니, 추가적인 입법은 필요없다는 지적도 있고요. 작년에는 코카콜라와 델타 항공 등 큰 기업들이 이런 법안을 무산시키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애리조나 주지사도 수퍼볼 유치권을 잃을까봐 이 같은 내용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죠.

하지만 코크란 전 청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이러다가 어떤 종파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리더 자리에서 쫓겨나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 집회 참석자의 말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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