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라는 이유로 고급 인재를 썩혀야 할까요
2015년 1월 20일  |  By:   |  칼럼  |  No Comment

요즘 개봉중인 영화 <스페어 파츠>를 관람하신 분들은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해피엔딩을 보셨을 겁니다. 미 의회를 한창 달구고 있는 이민법 논란 같은 민감한 주제는 비켜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수중 로봇을 제작한 젊은 이민자 청년 4명에 관한 실화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학생들은 NASA와 해군이 후원하는 유명한 미국 수중 로봇 제작 경진대회에 참가합니다. 로봇을 제작한 그 팀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영화 속 결말에서 그들의 미래는 전도유망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영화의 결말 부분은 실제 사실과 다릅니다.

그 청년 4명은 모두 멕시코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왔습니다. 비록 이들이 애리조나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자신을 미국인으로 간주하며 살아왔지만, 법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언제 강제 출국 당할 지 모르는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오스카 바즈케즈는 미 육군에 입대하기를 꿈꿉니다. 그는 J-ROTC 과정(고등학생을 위한 ROTC 과정)에서 수석의 영예를 차지했지만 자신이 합법 이민자가 아니기 때문에 입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웨스트 피닉스 지역 칼 헤이든 공립고등학교의 평범해 보이는 이 학생들은 마트에서 파는 값싼 부품과 쓰레기더미 등을 모아서 수중 로봇을 제작했습니다. 로봇의 별명은 악취가 난다는 뜻의 ‘스팅키’였습니다. 수중 로봇 대회에 참가한 다른 팀들은 대부분 대학생으로 구성됐고, 기업 후원을 받아 풍부한 제작비를 쓰며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그 대회는 수중 로봇 대회였지만 칼 헤이든 고등학교에는 수영장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스팅키’가 1등을 차지합니다.

대회가 끝난 뒤, 1등을 놓친 다른 참가자들은 IT회사나 연구소같은 좋은 직장에 취직했습니다. 하지만 칼 헤이든 고교 출전자 4명은 대학 학비를 대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로렌조 산틸란은 공학 기술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전문대 요리학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코스 요리사로 일합니다. 루이스 아란다도 요리를 공부했지만 졸업하지 못했고, 지금 직업은 경비원입니다.

크리스티안 아르세가는 팀원 가운데 가장 공학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그는 애리조나 주립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1학년을 보내던 2006년, 애리조나 주 의회는 비합법 이민 학생이 주정부의 학비 지원을 못 받게 하는 반이민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지원금이 끊기자 그가 내야 할 학비는 3배로 올랐습니다. 그는 자퇴했고 현재 실업 상태입니다. 그는 다시 대학에 돌아갈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방법을 모색중입니다.

오스카 바즈케즈 이야기는 가장 극적입니다. 그도 애리조나 주립대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잡일에 시달리면서 수업에 제대로 출석하지 못했습니다. 2학년때 반이민법이 통과됐고 그는 더 많은 장학금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애리조나 주립대 로봇팀을 이끌고 지역 대회에 출전해 우승했습니다. 그는 2009년 공학 기술분야 학위를 받았고 합법적인 영주권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영주권 신청이 기각된 건은 물론, 비자없이 10년 동안 미국에 살았던 죄까지 더해져 미국에서 추방됐습니다. 그는 멕시코의 한 제조업 공장 생산 라인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일리노이주 민주당 주 상원의원 리처드 J.더빈은 바즈케즈를 대신해 탄원을 했고, 결국 바즈케즈에 대한 추방령이 철회됐습니다. 그는 육군에 입대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복무를 했습니다. 그는 마침내 미국 시민권을 얻었으며 몬타나에 있는 철도 회사 BNSF에서 열차를 수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학생을 강제출국의 위험에서 보호해주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 명령은 2012년 전까지는 발효되지 못했습니다. 만약 과거에 이런 조치가 있었다면, 그래서 칼 헤이든 학생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들은 엄청난 역경을 극복했지만, 아무도 로봇공학에 대한 열정을 직업으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신랄한 비판입니다.

공화당 의원의 생각은 다른 듯 합니다. 이번주 존 A.뵈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뒤집는 법령을 발의했습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산틸란이나 아르세가 같은 유능한 젊은이들은 당장 추방되게 됩니다. “실망하는데 점점 익숙해지게 되면, 더 이상 높은 기대를 하지 않게 됩니다.” 아르세가는 며칠 전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르세가와 같은 비합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합법적인 시민과 거주자에게 돌아갈 자원을 이민자가 빼앗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 학생들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시키며 투자했습니다. 왜 이 투자에 대한 결실을 거부해야 할까요?

아르세가같은 재능있는 학생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미국에서 직장을 얻은 외국인 약 8만5천명에게 H1B 비자를 허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 자라고 장차 미국에 체류하고 싶어하지만 외국인이 될 운명을 타고난 어린 세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의 비자 효력이 다하면, H1B 비자를 가진 사람들은 미국을 떠나게 되고 그들이 계발시킨 재능도 사라지게 됩니다. 과학 기술 역량이 국가 성장에 결정적으로 중요해진 지금, 미국은 오스카, 로렌조, 루이스, 크리스티안과 같은 미국이 키운 인재를 더 이상 썩혀서는 안됩니다.

(이 글을 쓴 조슈아 데이비스는 영화 <스페어 파츠>의 원작을 쓴 작가입니다.)

원문 출처: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