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애국법’ 제정될까
2015년 1월 15일  |  By:   |  세계  |  No Comment

샤를리 엡도 사건과 유대인 가게 인질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판 ‘애국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12일 안보장관회의를 개최했지만 그 결과 내놓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결론은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프랑스 당국은 보안 관련 법령을 새로 제정하려는데, 이 대책은 미국이 9.11 사건 이후 7주만에 제정한 이른바 ‘애국법’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 애국법의 경우 군사 위원회가 법원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애국법은 국제법을 공개적으로 위반하고 있습니다. 관타나모 수감자들은 미국 법을 초월해서 순전히 정보 당국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억류되고 고문당했습니다.

이런 “특별” 조치는 유럽의 인권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어떤 유럽 국가는 미국 정부의 “심문” 조사실(사실상 고문실) 설치에 동의해 줬습니다.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NSA는 광범위한 도청망을 가동했고 심지어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핸드폰까지 도청했습니다. 9.11 이후 4년 간만 임시로 효력을 발휘하려고 만든 애국법은 그 이후 두 번이나 유효기간을 연장해 2015년 오늘까지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11월 정부는 의심스러운 지하디스트를 추방하고 “개인 테러 공작”을 예방하는 법안 초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모든 법안이 인준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이런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프랑스인이 IS대원이 되기 위해 시리아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지난주 샤를리 엡도 테러도 막을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마누엘 발 총리는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하며, 다만 “법령 제정을 너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식 애국법을 제정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 프랑스 국내 정보국 수장이었던 베르나르 스콰치니는, ‘프랑스가 미국 정보 당국이 준 자료에 따라, 샤를리 엡도 사건의 범인인 쿠아치 형제 중 한명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감시 활동은 실패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사법 제도 때문이었습니다. <국가 보안 감청 통제 위원회>(CNCIS)가 감시 대상이 수상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감시를 중단시키게 했습니다.”

그는 이걸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이런 제도 아래선 정보 활동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라고 그는 역설했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필요합니다.”

그의 주장은 강력해보이지만, 중요한 한가지를 감추고 있습니다. <국가 보안 감청 통제 위원회>는 복잡한 과정을 다루는 작은 조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테러 활동은 2006년 제정된, <국가 보안 감청 통제 위원회>의 통제를 피해가는 법안에 기초해 이뤄집니다. 2013년 더 강화된 이 법안은 경찰의 권한을 확대해 총리실의 감독 아래, 테러를 막는 데 어떤 제약도 두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직 범죄와 금융 관련 범죄를 다루는 이 법령에 따르면 경찰은 대규모 도청을 할 수 있고, 실시간 위치정보 탐색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테러 활동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스콰치니는 주장합니다. 그는 “기준선을 높여야 합니다”라며 “2년 반 전에 잃어버린 국가의 ‘법적 근간’을 재건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2년 반 전이란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그가 국내 정보국 수장 자리에서 쫓겨난 때입니다.

하지만 한 대테러 치안판사는 이런 생각을 반대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법적 구멍이라는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라고 이 치안판사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현재 프랑스는 테러에 대처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보수되어야 할 법령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준비중인 수정안은 곧 표결에 부쳐질 것입니다. 프랑스식 ‘애국법’이 탄생할 수도 있고 혹은 온건한 방식의 테러와의 전쟁을 돕는 제한적인 변화만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한편 지난주 <국가 보안 감청 통제 위원회>의 ‘전화 도청, 위치 정보 수집’ 감독 활동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법학자이자 철학자인 몽테스키외는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권력 남용을 방지 하기 위해 “권력의 존재 목적은 다른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요.

원문출처: 르몽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