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다음으로 중요한 언어는 무엇일까?
2015년 1월 7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중요한 언어” 순위는 어떻게 매겨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일단 영어를 꼽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망설일 겁니다. 해당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수나, 해당 언어를 쓰는 국가의 세력이 흔한 기준이 되겠죠. 하지만 지난 해 12월,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했습니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를 기준으로 중요도 순위를 매기려는 시도였죠. 그리고 한 언어의 연결성이 높다면, 즉 해당 언어권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많다면, 그 언어권의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검증하려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언어의 “네트워크”를 분석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썼습니다. 첫째는 위키피디아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아랍어 문서와 영어 문서를 모두 작성하는 위키 사용자는 두 언어 간 연결성을 높이는 존재로 간주했습니다. 둘째는 트위터였죠. 외국어로 완결된 문장을 6개 이상 작성한 트위터 사용자는 모국어와 해당 외국어 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존재로 간주했습니다. 세 번째는 보다 고전적인 매체인 번역서를 분석했습니다. 유네스코가 보유한 도서 번역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어떤 언어가 어떤 언어로, 몇 권의 책이 번역되었는지를 파악한 것입니다.

이 네트워크 분석 결과는 여러 면에서 통념과 달랐습니다. 영어가 이 모든 것의 중심이기는 했지만, 다른 언어들의 경우에는 연결성과 해당 언어권의 현재 세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1979년부터 2011년의 책을 대상으로 한 번역서 연구에서는 소비에트 연합 내 국가들은 물론이고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많은 번역서를 낸 소련이 연결망의 중심 국가로 나타났지만, 그보다 뒤에 등장한 위키피디아나 트위터를 분석했더니 러시아어는 변방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는 언어라는 중국어도 도서 번역의 세계에서는 광둥어나 베트남어를 비롯한 몇몇 언어와 연결되어 있을 뿐, 변방의 언어에 가까웠습니다. 중국에서는 트위터 대신 웨이보가 더 널리 사용되기 때문인지, 트위터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조금 더 “연결된” 언어였지만,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하는 바이두 바이카 때문인지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낮은 연결성을 보였죠. 구사자의 수가 많은 아랍어나 힌두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어를 제외한 주요 “매듭(nodes) 언어”는 식민지배로 영향력을 획득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문학, 철학, 과학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해온 독일어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이 연구는 말 그대로 언어의 연결성에 대한 연구이지 언어 자체의 고유한 성질이나, 해당 언어 구사자들의 똑똑함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죠. 두 개 이상의 언어로 위키피디아 문서를 편집하거나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해당 언어권을 대표하는 평균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이들은 언어권 간 문화 전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매듭  언어” 중 하나를 구사하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합니다.

대량 도서 출판과 트위터, 위키피디아가 모두 서구의 발명품인데, 이런 결과는 당연하지 않은가 하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트위터는 웨이보나 러시아의 페이스북인 VK에 비해 분명히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웨이보나 VK가 국민적 자부심의 근원이 될지는 몰라도, 언어권의 문화적 영향력에는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죠. 이 연구는 외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딜레마를 안깁니다. 프랑스어처럼 글로벌 엘리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언어를 배울 것인지, 아니면 중국어처럼 연결성은 떨어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구사하는 언어를 배울 것인지의 딜레마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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