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하우스 보고서] 한국의 인터넷 자유 (1부)
(역자 주: 12월4일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내놓은 ‘2014 인터넷 자유'(Freedom on the net) 보고서 중 한국 부분을 번역합니다. <프리덤 하우스>는 보수 성향의 인권 단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은 총점 33점을 받아(점수가 낮을 수록 자유도가 높음) 작년의 32점보다 인터넷 자유가 나빠진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나이지리아·우크라이나 등과 같은 점수입니다)
한국 개관
인구: 5천20만 명
인터넷 보급률: 85%
소셜 미디어/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차단 여부 : NO
정치/사회 내용물 차단 여부: YES
블로거/정보통신 사용자의 체포 여부: YES
언론 자유 상황: 부분적으로 자유(partly free)
2014년 인터넷 자유 지수 : 33점 (최상 0점. 최악 100점)
주요 사항:
- 지난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이 보수 여당을 이롭게 하는 백 만 건 이상의 트윗과 댓글을 조직적으로 양산했다는 이유로 전 국정원 원장이 기소됐다.
- 지난 2014년 4월, 3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건 때, 정부는, 방송국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온라인 상의 부정적인 여론을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여당 의원은 재난 상황에서 ‘소문’을 유포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안을 냈다.
- 2013년 8월, 몇몇 국회의원은 온라인 명예훼손죄 형량을 높이는 법안을 냈는데, 이미 명예훼손죄는 형법에 적힌 것보다 더 엄중하게 다뤄지고 있다.
- 적어도 3명이 온라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 그 중 한 명은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다.
- 2014년 1월,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은 통신 업체가 이동 감청 기기를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냈다. 이미 한국 통신 업체는 사용자 정보를 정부 기관과 공유하고 있다.
도입:
이 보고서의 조사 기간(2013년 5월~2014년 5월) 동안 한국 인터넷 사용자는 기존의 오랜 규제에 더해 새로운 문제를 떠안게 됐다.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 임기 2년차에, 검찰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대 박근혜 측의 승리를 위해 온라인 여론 몰이를 조직한 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수사하고 있었다. 겉으론 중립을 내세웠던 이들 기관이 편향된 정치활동을 한 것에 대해 비난을 받는 그 순간에도, 국회는 오히려 이들 국가 기관이 시민의 온라인 대화를 더 잘 감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려 했다.
걸음마 단계의 막 활발해진 한국 민주주의 상황에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빠른 인터넷 환경은 독특한 정부 규제와 단속을 동반하고 있다. 북한과의 정치적 긴장, 전통적 사회 가치 등이 낳은 정부 검열이 한국 인터넷 사용자를 단속하고 있다. 다양한 법규가 디지털 활동의 여러 측면을 제한한다. 관찰자들은 이런 단속이 보수정당 집권기에 더 심해졌다고 말한다. 2013년 6월 인권보호 상황에 관한 유엔 특별 보고서는 한국이 국제 기준에 맞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인터넷 사용자를 처벌하려는 목적으로 벌이는 수사는 특히 우려된다. 트위터 사용자인 박정근씨는 북한 트위터 계정을 단지 농담의 맥락에서 리트윗했을 뿐인데, 한 달동안 구속됐고 2년 동안 법정에 섰다.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1심 집행 유예 선고는 2013년 8월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지난 몇년동안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로 적어도 3명이 법정에서 유죄선고를 받았다. 그 중 한 명은 2013년 11월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다. 당국은 온라인 명예훼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미 한국에서 온라인 명예훼손죄는 오프라인의 그것보다 더 심하게 다뤄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보호 문제는 2013년~2014년 동안 한국에 만연했던 또다른 문제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웹사이트에 댓글을 달려면 주민번호를 반드시 등록하도록 강제했던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결해, 인터넷 사용자가 익명성을 지키며 활동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너무 늦은 것이었다. 지난 5년동안 사이버 해킹과 개인 정보 도용 등으로 수백만 한국인의 사적 정보가 유출되고 있지만, 법원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의 새 주민등록번호 발급 요구를 거부했다 . 나아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영장이나 없이 검색해 사법 기관에 넘겨주고 있다. 2013년 12월, 경찰은 철도 노조 파업 때 노조 관계자의 사적인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 접속하고 실시간 위치 정보를 추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선거법을 재해석해 온라인 선거 운동을 허용하도록 했다. 종전에는 선거 기간 동안 온라인 선거 운동은 금지되어 있었다. 이런 진전은 환영할만 했지만, 한편으론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이 점을 이용해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만건이 넘는 글을 양산하는 등 정치 공작이라 불리는 행위가 넘쳐나게 됐다.
이런 명백한 부조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은 국가 보안과 정보 수집 향상을 내세우며 통신 업체가 이동 통신 감청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냈다. 또 재난 상황 시 소셜 미디어에 시중에 나도는 소문을 쓰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도 있었다. 이런 법안 제출은 2014년 4월 세월호 여객선 참사 때 부실한 대처로 수백 명의 사망한 데 따른 광범위한 비판 여론이 불거진 직후 벌어졌다. 정부가 언론 기사와 온라인 댓글을 더 우호적인 의견으로 향하도록 작업을 해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려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정부 사이트에 올린 교사들을 조사하려고 했다.
접근 장애:
한국은 사용률이나 연결 속도 측면 모두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 보급률은 2013년 85%였다. 2012년 조사에서 약 97%의 가정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인터넷 연결이 잘 되는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초고속 인터넷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많은 주민은 월 3만원 이하 비용으로 100메가바이트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둘째, 인구가 도시 지역에 밀집해 집중되어 있다. 한국인 70%는 고층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도시에 살고 있으며 이는 광케이블을 쉽게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1990년대 이래 저소득층에 통신 보조금을 주는 것을 포함, 인터넷 연결을 확대하는 일련의 정책을 집행했다.
핸드폰 보급률은 2013년 111%이다. 즉 많은 사용자가 한 대 이상의 기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2013년 11월 조사 결과 전체 핸드폰 소유자 가운데 75%는 스마트폰 사용자였다. 와이파이 지역이 급속히 늘어 스마트폰과 타블렛 PC의 인터넷 접속을 가능케 했다. 기차역, 공항, 도서관, 국가 공공 의료 기관, 주민센터, 주요 관광지 등 전국 1천 곳에 무료 와이파이가 설치됐다.
방방곳곳의 저렴한 PC방은 디지털 계층 격차(digital divide)를 사라지게 했다. 한 시간 당 1천원을 받는 PC방은 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며, 사회적 교류 장소이자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비록 세대와 직종에 따라 인터넷 사용률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별이나 소득 수준에 따른 정보통신 이용률의 차이는 적다.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은 2013년 12월 현재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PS)가 119개나 이를 정도로 상대적으로 다양하며 경쟁에 열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 산업은 KT( 44%), SK(24%), LG(15%)의 3개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 세 기업은 모바일 서비스 시장 역시 각각 31.5%, 50%, 18.5% 씩 나눠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상장 기업(KT는 2002년 민영화되기 전까지 국영기업이었다) 이지만, 한국 재벌(일반적으로 족벌 가문이 경영하는 거대 기업으로 흔히 혼맥으로 정치 엘리트와 연결되어 있다)의 관계사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은 무선통신 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과 민영화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모바일 인터넷(KMI)이라는 컨소시엄이 2014년 5월 통신시장에 진입하려는 6번째 시도를 했다. 지난해 6월 미래창조산업부 장관은 KMI가 재정 기준을 맞추는데 실패했다며 사업권 허가를 거부했다. KMI 대변인은 “과도하게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2008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의 보수주의 정부는 정보통신기술 규제 관련 부처 개편을 단행했다. 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위원회를 통합해 2008년 2월 한국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창설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 위원 2명을 임명하고, 국회가 나머지를 임명한다. 초대 방통위원장인 최시중은 이명박의 측근으로 정부 조직 개편의 목적이 마치 미디어와 정보통신 산업을 더 강하게 지배하려는 데 있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방통위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야당은 최시중이 방통위원장이 되면 방통위가 정치적 중립을 잃게 되고 방송 허가/심사가 보수편향의 미디어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거라고 비판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2012년 퇴임했고 이후 알선 수뢰 비리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6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3년 1월 임기 종료 직전에 그를 사면했다.
2013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은 새 방통위원장에 자신의 측근인 이경재 4선 의원을 임명함으로써, 이런 정실인사의 역사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다. 방통위의 몇 몇 업무는 미래창조부로 이전됐지만, 여전히 규제 권력은 유지하고 있다. (1부 끝. 분량이 길어 3편으로 나눠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