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과 무신론자,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을까
-무슬림인 필자와 무신론자인 필자가 공동으로 쓴 칼럼입니다.
최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무슬림과 무신론자들 간 칼럼란을 통한 날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양 쪽 모두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하는 소외된 집단으로서, 공유하는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이미지가 좋지 않은 두 종교 집단이 바로 무슬림과 무신론자입니다. 두 집단에 대한 반감은 날로 증가 추세이며, 집단 내 가장 목소리가 큰 소수가 집단 전체의 대표로 인식되는 경향이 큽니다. 언론은 자살 테러를 일삼는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넘쳐나지만, 2011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무슬림들은 미국 내 어떤 종교 집단보다도 민간인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TV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베스트셀러를 써내는 쪽은 적극적으로 유신론자들을 싫어하는 무신론자들이지만, 2013년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런 적극적인 무신론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했습니다. 이 두 집단은 정말 사이좋게 어울릴 수 없는 것일까요?
이 두 집단의 갈등은 어느 정도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됩니다. 차이를 마주했을 때 오히려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깊숙한 곳으로 후퇴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인간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편가르기는 심화되고, “폭력적인 무슬림”, “도덕관념이 없는 무신론자”라는 선입견은 깊어만 갑니다. 그러나 무슬림과 무신론자가 만나서 우정을 쌓으면서 알게된 것은 우리가 실제로 많은 가치들을 공유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죠.
우리의 경험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다른 종교 집단에 속한 사람을 한 사람만 알게 되어도 그 종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 간의 교류가 중요한 것입니다. 무슬림이거나 무신론자인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알게 되고 존경하게 된다면, 성급한 일반화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으니까요. 한 종교 (또는 무종교) 집단 내에도 얼마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가를 직접 보게 되면, 별 근거도 없이 품고 있었던 선입견이 무너져내리게 되죠.
물론 대화를 한다고 해서 무슬림과 무신론자들이 갑자기 조화를 이루며 친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겁니다. 다원주의는 상대주의가 아닙니다. 차이를 없애는 것, 차이를 포용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일단은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서로의 좋은 면만을 드러내면서, 두 집단 내에 존재하는 진짜 문제들을 그냥 덮어두는 것도 진정한 해결책은 아닐겁니다. 무슬림 커뮤니티에서는 성적 소수자나 여성, 다른 종교로 개종한 무슬림들에 대한 태도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무신론자 커뮤니티에도 반유신론을 둘러싼 논란, 성차별주의, 인종주의와 같은 문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내부의 문제들을 해결해가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배워간다면 무슬림과 무신론자 간의 우정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입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