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레이엄 스탠포드 강연 2 ] 스타트업 시작에 앞서
이 글은 성공적인 창업가, 프로그래머이자 투자자이며, 드롭박스, 레딧, 에어비앤비 등의 스타트업을 키워낸 와이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이 스탠포드 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입니다. 전 세계 창업가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멘토인 그의 글을 2회에 거쳐 공유합니다. (전편 보기)
인생을 바쳐야 한다
스타트업은 대단히 큰 희생을 요구합니다. 성공하면 당신 인생의 수십년이 결정나게 되죠. 레리 페이지의 삶이 부러워 보일 지도 모르지만 그의 인생은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그는 25살에 회사를 시작했고 그 후 숨 돌이킬 틈도 없이 달려왔죠. 구글에는 CEO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매일 일어나고, 레리 페이지는 매일 더 큰 문제 해결에 매달립니다. 한 주 휴가를 가면 한주어치 일이 쌓여서 그를 기다리죠. 구글이라는 거대한 회사의 수장이 불평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잃어버린 인생을 하소연할 수도 없죠. 아무도 억만장자를 동정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창업자의 삶에서 힘든 부분은 성공한 이들 몇 외에는 아무도 동감해주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성공만 하면 일이 쉬워질 것 같죠? 현실에서는 회사가 자랄 수록 점점 더 어려운 문제가 나타납니다. 밤잠 못자고 걱정할 문제는 늘어나기만 하죠. 저는 스타트업을 키우는 건 아이를 가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하곤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진국 젊은이들은 가능한 이 과제를 미루려고하죠. 스타트업도 비슷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대학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싶다고요? 미쳤어요? 저는 대학들이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대학생을 부추기는 것에 반대합니다. 대학이 스타트업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느냐고요? 가르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겠죠.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운영하는가는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유져를 이해하는 건데, 이건 상품을 런칭하고 운영하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당신의 인생을 잡아먹습니다. 대학생이 이를 시작하면 학창 시절이 그냥 날라가죠. 저는 늘 대학을 졸업한 후 스타트업을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인생을 즐기세요. 스무살에는 경험할 게 많아요. 스무살에 이 짓을 시작하면 당신은 한가지 인생밖에 모르게됩니다. 돈을 아껴가며 배낭여행을 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죠.
마크 주커버그는 이제 맘편하게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바보같은 짓을 할 수 없습니다.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비지니스 여행을 갈 수는 있겠지만 소소하고 우연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가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만큼이나 페이스북도 그의 인생을 운영합니다. 당신이 야망에 가득 찬 사람이라면 이게 굉장히 멋지게 들릴지 모르나, 인생 초반에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일은 스타트업이 아니어도 많습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잃는 것들에 대한 트레이드오프를 경고하는 게 아닙니다. 스무살에 스타트업에 시작하지 않는다고 스타트업을 성공시킬 기회를 잃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늦게 시작할 수록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시도
그렇다면 몇살에 시작해야할까요? 스타트업을 너무 어렵게 묘사했다면 죄송합니다. 만약 그렇게 안 들렸다면, 다시 한 번 강조하죠. 스타트업은 정말 어렵습니다. 당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우면 어떡하죠? 당신이 여기 안맞는 사람이면 어떡하죠?
다섯번째 지적하고 싶은점은, 아무도 그 답을 모른다는 겁니다. 한 사람이 훌륭한 수학자나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건 비교적 쉽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창업자가 될 지 판단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사람들이 여태까지 해온 일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똑똑하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동안 단단하고 큰 포부를 가진 사람으로 변해가야하는데 누가 그렇게 될 지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9년간 와이컴비네이터에서 제 직업은 이를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야에 저만한 전문가도 없을 터인데도 저도 이제 매 기수가 들어올 때마다 올해는 누가 스타가 될 지 예측하기를 포기했습니다. 와이컴비네이터에 들어오면서 성공을 자신하는 에이스도 있고, 부족한 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지원자도 있죠. 그러나 첫날의 태도와 추후 사업 결과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게 무조건 두렵게만 느껴진다면 아마 하지 않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러나 이게 나와 맞는 건지 몰라 망설여진다면, 답을 찾을 방법은 한가지 뿐입니다. 시도해보세요. (대학생들에게 덧붙이는 말: 지금은 말고요.)
아이디어
그래서 언젠가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면, 대학 생활에서는 무얼 준비해야할까요? 저는 두 가지, 아이디어와 동업자를 꼽겠습니다. 스타트업의 비직관적인 점 중 마지막은 바로, 훌륭한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하면 떠오르는게아니라는겁니다. (폴 그레이엄의 자세한 글http://www.paulgraham.com/startupideas.html) 스타트업을 시작해야지, 하고 시작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별로입니다. 별로인 아이디어인데 그럴 듯하게 들린다면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게 되겠죠.
좋은 아이디어는 한걸음 물러나 열심히 생각하지 않을 때 떠오릅니다. 무의식 중에 떠올라 처음에는 이게 스타트업 아이디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죠. 애플, 야후, 구글, 페이스북 모두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를 만드려는 게 아니라 창업자의 사이드 프로젝트였지요. 그렇다면, 무의식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훌륭한 스타트업 아이디어로 전환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1)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2) 당신이 관심있는 문제에 대해 집중하고 3)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일하면됩니다. 특히 세 번째 부분은 아이디어 발전 뿐 아니라 공동창업자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첫번째,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를 처음에는 “기술과 친해지세요” 로 적었었습니다. 그러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기술만 강조하는 것은 좁은 정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도 기술은 몰랐거든요. 그들은 디자인 전문가였고, 사람들을 조직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데 능했습니다. 혹시 기술과 친하지 않다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에 능해지세요.
그렇다면 풀어야할 문제는 머가 되어야할까요? 글쎄요, 이 대답에 질문은 어렵습니다. 역사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남들이 아무도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못한 문제, 특히나 부모 세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중요한 문제를 짚어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자식이 실제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던 경우는 훨씬 더 많죠. 이걸 어떻게 구분할까요?
저는 이렇게 구분합니다. 저에게 정말 흥미로운 문제라면 그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흥미롭죠. 와이컴비네이터도 처음에 흥미로운 프로젝트라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중요한 문제와 중요하지 않은문제, 흥미로운 문제와 흥미롭지 않은 문제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뇌가 흥미로운 문제라고 판단하는 논리 기준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도 정확히 모르는 지금으로서는 여러분이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파고들라고 밖에 조언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 방법은 세상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도 어떤 문제가 흥미로운지 꼭 말하라고 한다면, 저는 신기술이 기존 산업을 바꾸어놓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문제를 파고들다가, 테크놀로지로 해결해 미래에 인류가 사는 방법을 찾았다면, 아마도 그건 괜찮은 아이디어 일겁니다. 스타트업 아이디어 같아보이지는 않더라도 꼭 필요한 걸 거에요. 예를 들어, 90년대 중반 하버드 대학원에서 제 친구 로버트와 테레버는 대만에 있는 여자친구와 통화하기위해 VoIP 소프트웨어를 썼죠. 네트워크 전문가로서 자신이 필요한 상품을 개발한 것이었는데, 그게 바로 스타트업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기 위해 대학생활에서 필요한 건 “엔터프리너쉽” 에 대해 배우는 게 아닙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른 중요한 것들을 배워야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결국 그렇게 될 테구요. 엔터프리너쉽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그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다시 한번, 레리 페이지는 검색의 전문가이지 스타트업 전문가가 아닙니다. 검색의 전문가가 된 건 지적 호기심이었지 사업성공 욕심이 아니었지요. 결국, 그 호기심 때문에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게 최고입니다. 향후 스타트업 창업가가 되게 싶은 젊은 대학생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하나입니다. 배우세요.(Just learn.)
(폴 그레이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