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가뭄 탓에 치솟는 아몬드 가격
아몬드는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낮고 다이어트에도 안성맞춤인 간식이며, 피부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미 미국에서는 견과류 가운데서도 땅콩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됐습니다. 우유에 대한 수요는 오랫동안 정체된 가운데, 아몬드밀크의 인기도 두유를 제쳤습니다. 이런 인기 속에 아몬드 가격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오름세가 지나치게 가팔라졌는데, 바로 아몬드의 주 산지인 캘리포니아에 닥친 기록적인 가뭄이 원인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아몬드의 80%를 생산합니다. 길지 않은 추운 겨울 동안 싹을 틔우고 파종하기에 적합하고, 일찍 찾아오는 따뜻한 봄과 오랫동안 이어지는 건조한 여름은 아몬드를 생산하기에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입니다. 캘리포니아를 가로지르는 구릉지대를 따라 약 4천㎢가 아몬드나무 경작지입니다. 이는 지난 1996년보다 두 배나 늘어난 수치로,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하는 아몬드의 가격만 해도 연간 4조 3천억 원 규모입니다. 그런데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 약 80% 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고, 아몬드를 기르는 농부들은 예년과 같은 수확량을 내기 위해 물이 말라버린 강이나 호수 대신 지하수를 계속 끌어다 물을 주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농부들은 지하수가 다시 자연적으로 찰 수 있는 속도보다 4~5배나 빨리 많은 지하수를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가뭄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무려 5천억 원을 더 들여서 물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몬드를 콕 집어 가뭄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몰아세워서는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물을 마구잡이로 써도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엉성한 농업용수 규제라는 겁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이사회의 대변인의 말을 빌리면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농부들은 물 사용을 33%나 줄였습니다. 농부들도 가능하면 장기적으로 환경에 해를 끼쳐가면서까지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농부들이 몰래 물을 빼오지 않고 만약 제대로 물값을 치르고 아몬드를 경작하게 된다면 아몬드 가격이 지금보다 세 배는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지만, 아몬드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규제를 강화해 전체적인 수자원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가뭄이 내년, 내후년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수요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내년 작황을 장담할 수 없는 농부들이 올해 생산한 아몬드를 내다팔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는 것이죠. 이러한 품귀현상이 빚어지면 값이 치솟는 것 뿐 아니라 아몬드 수요가 높은 올 크리스마스, 연말에는 슈퍼에서 아몬드를 사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