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과 무급 인턴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
오늘날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인턴십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금융계에서는 신입 사원의 절반 이상을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하고, 정치나 언론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미국 대학생의 3분의 2 이상이 졸업 전 최소 하나의 인턴십 과정을 이수하죠. 그러나 인턴들이 받는 대우는 형편 없습니다. 인턴 자리의 절반 이상이 무급이죠.
최저임금 제도가 버젓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무급 인턴이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요? 기업이 단순히 단기 고용인을 “인턴”으로 분류한다고 해서 보수를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우선 공공 부문이나 비영리 자선 단체 등에는 법적인 예외가 적용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외치는 와중에도 백악관이 무급 인턴 수십 명을 부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민간 분야로 오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1947년 미국 대법원은 한 철도회사가 정식 채용 전 실시하는 일주일 간의 현장 교육에 대해 임금을 자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업무가 “고용인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죠. 이후 노동부는 무급 인턴이 인정되는 6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제공할 것, 인턴이 정식 직원을 대체하여 밀어내지 않을 것, 인턴이 수행하는 업무가 회사에 이득을 안겨주지 않을 것 등 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무급 인턴 자리가 이런 조건들을 철저하게 충족시키는지는 의문입니다. 다른 나라에도 기준은 존재합니다. 영국에서 학점 이수를 위한 과정과 순수한 참관을 제외한 모든 영리 단체의 인턴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최근 인턴에 적용되는 특별 최저임금을 제정했죠. 최근 영화 배급사인 폭스 서치라이트를 비롯해, 방송, 패션업계의 유명 기업들이 인턴에게 제대로 된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대세가 무급 인턴을 부리는 기업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넘어갈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정치인들이 정작 자기 아래서 일하는 인턴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사실일 겁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