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의 경제적 비용
2014년 9월 4일  |  By:   |  경제  |  No Comment

4년 전 사회학자인 리차드 아룸(Richard Arum)과 조시파 록사(Josipa Roksa)는 미국 고등 교육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던지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그들의 책 “학문적 표류(Academically Adrift)”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움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배우는 것이 없다고 느낀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4년이 지난 오늘, 두 사회학자는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졸업 한 뒤 2년 동안 사회에서의 경험을 추적해 새로운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4년 전 출판된 책은 2005년에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학생들이 대학 1학년일 때 이들은 대학생 학습 평가 (Collegiate Learning Assessment)라고 불리는 평가를 통해서 비판적 사고, 분석적 추론, 그리고 의사소통 기술에 대해서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학들은 전공에 상관 없이 모든 학생이 이러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합니다. 1학년 때 이 평가를 치른 학생들은 졸업하기 직전에 같은 평가를 다시 치렀는데,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별로 많이 오르지 않았고, 아예 점수가 떨어진 학생도 적지 않았습니다. 100점 기준으로 할 때 평가를 치른 학생의 1/3은 4년간 고작 평균 1점 향상됐을 뿐입니다. 대학이 전공지식 외에 위와 같은 기본 소양을 충분히 가르치고 있는지 의문을 낳는 결과라 할 수 있죠.

점수가 이렇게 오르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몇몇 대학의 경우 똑똑한 학생들이 입학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대학에서 학업과 관련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도 중요했습니다. 학생들의 입학 성적, 고등학교 시절 성적, 그리고 인종이나 가정 환경과 같은 요인을 통제 한 뒤에 살펴보았을 때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았던 학생들의 대학생 학력 평가 향상 폭이 더 컸습니다. 또 전통적인 문리대(arts and sciences) 전공자들이 경영이나 교육학, 그리고 언론학 전공자들보다 평가 점수의 향상 폭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거의 공부를 하지 않거나 거의 배우는 것이 없이도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연구 대상이 되었던 학생 중 1/3은 일주일에 공부하는 시간이 5시간이 채 안 됐고, 전체 학생의 50%는 긴 보고서를 내야 하는 과제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즉 학생들은 대학이 요구하는 만큼만 공부를 했고 실제 대학은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책 “학문적 표류”는 실제 미국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서 얼마나 배우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이 배우는 것을 대학생 학력 평가 하나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비판적 사고와 같은 기술은 좋은 직업을 얻거나 좋은 배우자를 만나거나, 혹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판에 답하기 위해 두 교수는 최근 “열망하는 성인의 표류(Aspiring Adults Adrift)”라는 책을 다시 냈습니다. 이들은 4년 전 연구 대상이었던 학생들이 졸업한 뒤 2년 동안 얼마나 직장을 잘 찾고 직장에서 성공하는지를 살폈습니다. 연구 대상이 된 학생들은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1년 뒤인 2009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갔습니다. 2년 뒤 이들 중 7%는 실업 상태였고 16%는 일주일에 20시간 이하로 일하는 저 고용(underemployment) 상태였습니다. 학생들의 가정환경이나 대학교 전공, 출신 대학 등을 통제한 뒤 대학생 학력 평가 성적과 직장에서의 성공을 비교했을 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대학생 학습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던 학생들은 높은 점수를 보인 학생에 비해서 실업 상태인 경우가 많았고 직장을 잃을 확률도 두 배나 높았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학생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학생들이 졸업하기 직전인 2009년에 설문조사를 했는데 학생 중 3/4은 실제로는 전혀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대학을 다니면서 향상되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졸업한 뒤 2년 뒤에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거의 50%에 가까운 학생들은 자신들이 대학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졸업장과 부풀려진 학교 성적, 그리고 대학들의 자기 홍보를 통해서 이 학생들은 자신들이 훌륭한 대학 교육을 받았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평균적인 학생이 대학 재학 기간 중 공부를 하거나 수업에 가는 데 쓰는 시간의 세 배를 사교 활동에 쓰고 있다고 학생들에게 알려주었을 때도 이들의 믿음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룸과 록사 교수는 몇몇 학생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들이 대학 재학 기간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한 활동은 사교 활동을 통해서 쌓은 인간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연구 대상이 된 학생 중 오직 20%만이 개인적 인연을 통해서 일자리를 찾았고 이런 학생 중에서 절반도 안되는 학생들만 대학 친구를 통해서 직장을 찾았다는 사실에서 이들이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이 실제로 이들의 사회 생활에서 얼마나 가치를 가져오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들은 또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지만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아룸 교수는 말합니다. “그들은 대학에서 노력을 별로 안 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죠. 그것이 이들이 낙관적인 이유입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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