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는 방법
단세포 생물인 톡소플라즈마 곤디는 아마 지구 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생충일 겁니다. 미국인의 11%와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포유류와 조류에게도 이들은 퍼져 있습니다. 최근 오하이오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는 흰꼬리사슴 중 3/4 가 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톡소플라즈마가 이런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들에게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톡소플라즈마는 이 기생충을 가진 설치류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듭니다. 이 사실은 90년대에 관찰되었지만, 당시에는 어떤 원리로 톡소플라즈마가 숙주의 행동을 변화시키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 연구는 이들이 숙주의 유전자에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어쩌면 다른 기생충들도 톡소플라즈마와 같은 전략을 쓰고 있을지 모릅니다.
톡소플라즈마는 고양이를 통해서만 번식합니다. 톡소플라즈마의 알은 고양이의 배설물을 통해 밖으로 나오며 이 알은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킵니다. 그리고 감염된 숙주 중 설치류들은 고양이를 이전보다 덜 무서워하게 되며 때로는 고양이 냄새를 좋아하게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이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쥐가 고양이의 냄새를 맡는 과정에는 냄새를 맡는 많은 신경과 이를 판단하게 하는 뇌 속의 수많은 뉴런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단세포 생물인 톡소플라즈마가 이를 모두 조종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분자 생태학(Molecular Ecology)”에는 톡소플라즈마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연구가 실렸습니다.
쥐는 뇌 신경세포에서 뼈를 구성하는 세포까지 많은 종류의 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포들은 모두 20,000여개의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느냐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유전자의 활동을 차단하는 데에는 메틸 그룹이라 불리는 분자들이 필요하며, 이 과정은 메틸레이션(Methylation)이라 불립니다. 메틸레이션은 세포의 종류를 결정할 뿐 아니라 세포가 외부신호에 어떻게 반응할지 역시 결정합니다.
싱가포르 난양 기술대학의 아자이 비아스는 톡소플라즈마가 이 메틸레이션에 관여할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들은 먼저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쥐들은 아르기닌 바소프레신(Arginine Vasopress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더 많이 생산한다는 것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들은 톡소플라즈마가 이 물질을 더 생산하도록 만든다는 가설을 세웠고 이를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다음 실험에서, 감염된 쥐들에게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을 덜 생산하도록 메틸그룹을 투여했고, 그 결과 감염된 쥐들이 고양이 냄새를 더 무서워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이들은, 감염되지 않은 쥐들에게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을 더 생산하도록 만들었고, 그 쥐들이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톡소플라즈마를 연구하는 버클리대학의 마이클 아이센은 그들이 흥미로운 발견을 했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알버트 아인쉬타인 의대의 카미 킴은 이 연구가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습니다.
“나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도 메틸레이션을 이용해 세포의 유전자에 영향을 줍니다. 어쩌면 숙주의 유전자에 영향을 주는 것이 병원균들의 전형적인 전략일지 모릅니다.”
(뉴욕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