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출산 휴가 적정 기간은?
2014년 8월 12일  |  By:   |  경영, 경제  |  No Comment

노동시장 참여 정도로만 평가한다면 미국 여성들은 다른 선진국 여성들보다 뒤처져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 여성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비율이 높습니다. 이러한 역설은 출산 휴가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느냐는 어려운 숙제를 던져줍니다. 미국은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하고는 출산 휴가를 주되 그동안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유급 출산 휴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영국의 경우 1년의 출산 휴가를 쓰면 이 중 39주 동안은 임금이 지급됩니다. 경제학자들은 유급 휴가가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정책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나 가족에게 이득이 되는 것 외에, 유급 출산 휴가 정책은 여성들이 계속해서 노동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제를 돕습니다. 하지만 너무 관대한 출산 휴가 정책은 오히려 여성들의 경력에 방해될 수도 있습니다. 22개 국가의 출산 휴가 정책을 비교한 코넬대 경제학자들의 연구는 관대한 출산 휴가 정책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를 늘렸지만, 출산 휴가가 관대한 유럽 여성들의 경우는 높은 자리로 승진할 기회가 거의 없는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유럽에서 여성이 매니저로 승진하는 경우는 남성의 절반 수준입니다. 미국의 경우 남녀 간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긴 출산 휴가 정책과 시간제 근로자 보호 정책은 여성들로 하여금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출산 휴가를 길게 쓰거나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 기업들은 여성들이 긴 출산 휴가를 쓸 것을 예상해 고용 시 여성을 차별하는 정책을 쓸 수도 있다고 논문의 저자들은 말합니다.

유럽과 미국의 서로 다른 출산 휴가 정책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정책 결정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여성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질문은 바로 가장 효과적인 출산 휴가가 어느 정도 기간인가의 문제입니다. 아직 유럽이나 미국에서 정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코넬대 경제학자이자 앞서 소개한 논문의 저자인 프란신 블로(Francine Blau) 교수는 말합니다. “제 생각에 미국 여성들은 현재 법으로 강제되는 12주 출산 휴가보다 출산 휴가 기간이 길어지면 혜택을 받을 겁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오히려 여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출산 휴가가 길다고 생각합니다.” 버지니아 대학의 경제학자인 크리스토퍼 럼(Christopher J. Ruhm) 교수 역시 비슷한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출산 -육아 정책을 비교한 결과 단기에서 중기의 출산, 육아 정책은 경제와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여성의 임금에 미치는 효과가 거의 없는 반면, 9개월 이상의 출산 휴가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럼 교수는 유급 출산 휴가는 지지하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는 유급 휴가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문화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럼 교수는 미국에서 최초로 유급 휴가 정책을 시행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새로 부모가 된 사람들이 유급 휴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엄마들의 경우 유급 휴가가 아닌 경우보다 2.5주만을 더 쉬었고 아빠들은 6주까지 유급 휴가를 쓸 수 있었지만 1주가 채 되지 않는 기간만을 휴가로 사용했습니다. 럼 교수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주어진 것보다 짧게 휴가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문화적 규범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들의 경우 자신이 ‘저는 6주의 출산 휴가를 모두 쓰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이것이 자신의 명성이나 직장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아주 짧게 출산 휴가를 쓰는 것이죠.”

따라서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서 여성들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는 다른 방법은 바로 출산 휴가가 여성들만의 고민 거리라는 생각의 틀을 바꾸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남성 역시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좀 더 유연성 있는 시간 운영이 필요하다는 데에 규범적인 합의가 모아진다면 기업이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연령대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줄일지도 모릅니다. 또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이 집안일을 거드는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공하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스웨덴과 독일에서는 아빠들도 출산 휴가를 쓰도록 정책이 만들어졌습니다. 럼 교수는 말합니다. “이 정책은 사회 규범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남성이더라도 아이를 출산하는 시기에 휴가를 쓰고 아이를 돌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어요.” 유럽식의 출산 휴가 정책이 미국에 정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유급 출산 휴가에 대한 지지는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민주당 의원 두 명이 제출한 가족법(The Family Act)은 12주 간의 출산 휴가 동안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여전히 의회에 계류 중이지만 캘리포니아, 뉴저지, 그리고 로드아일랜드 주는 유급 휴가와 관련된 자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기업들 역시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 5개월의 출산 휴가 동안 임금을 모두 지급하고 있는데, 구글은 이 정책의 결과 출산한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는 비율이 50%나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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