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형이상학 논쟁 “인류는 우주 멸망을 꼭 막아야 하나?”
일찍이 우주의 기원이라는 질문은 철학자를 매료시켜왔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철학자이자 수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1740년 “왜 무(無)가 아니라 유(有)이었어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편으론 우주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사색가도 있습니다. 아직은, 우주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합니다. 천체물리학자가 예견한 6가지 우주 미래 시나리오는 대함몰(Big Crunch, 빅뱅과 반대되는 개념)부터 빅칠(Big Chill, 모든 에너지가 소실됨)까지 모두 우주 멸망으로 끝납니다. 따라서 우리 인간이 존재했었다는 흔적마저도 모두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젊은 프랑스 철학자 클레망 비달은 최근 펴낸 책 <시작과 끝>에서 이 예정된 종말을 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고민은 별 쓸데없는 짓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너무 까마득한 미래에 관한 것이라 엄청난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지금 코앞에 닥친 중대한 문제가 산적한데 말이지요. 2십억 년 뒤에 우리 후손이 굶어 죽는 것 같은 그런 미래를 고민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요?
하지만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몇 가지 본질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은 우주론적 규모에서도 의미가 있을까요? 인류 문명 흔적이 우주 종말과 함께 모두 사라질 수 밖에 없다면 인류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과학의 궁극적 목적은 뭘까요?
클레망 비달에게 마지막 질문의 답은 명쾌합니다. 과학의 궁극적 목적은 우주 종말을 극복하는 인공 우주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과학이 인간의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한 뒤에는, 우주의 죽음을 해결해야 합니다. 다음 수십 억 년 동안 인간은 인공 우주론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합니다. 줄기세포 덕분에 신체를 재생시켜 노화를 극복하고 난 뒤에, 인류는 우주 자체를 불멸 또는 대체 가능한 것으로 만들 것입니다.
물론 이 과업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일지는 보기에 따라 상대적입니다. 40억 년 뒤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기 전에 태양계를 손보는 일부터 먼저 해야겠지만, 아무튼 우주 전체가 망하기까진 아직 구골(10의 100승) 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미래 인류는 우주적 차원의 유목 생활을 할지도 모릅니다. 광활한 거리를 이동하는 능력과 절대 죽지 않는 특별한 지능을 갖춰야 합니다.
우주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미래 인류가 신이 없다는 사실에 합의했다는 걸 뜻합니다. 유신론자가 이런 천지 창조 계획에 동의해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주를 불멸로 만들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겠다는 이런 궁극의 오만은 무리일까요?
이런 사고를 하다 보면 더 어지러운 상상을 하기에 이릅니다. 만약 미래 인류가 우주 창조를 할 수 있다면, 실은 우리 우주 자체가 다른 문명에 의해 창조된 것은 아닐까요?
출처: 르 몽드(Le Mo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