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언론 자유의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
요즘 영국의 신문들은 정부의 규제가 300년 역사를 지닌 언론의 자유를 죽이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에 가장 큰 위협은 정부가 아닌 내부로부터 옵니다. 검열은 편집국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언론 자유를 극성스럽게 외치는 ‘데일리 메일(Daily Mail)’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데일리 메일의 논조에 거의 100% 반대하지만, 데일리 메일의 자유나 가디언의 자유나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데일리 메일의 기사를 보면, 이 회사에는 자유가 없는 듯합니다. 기사의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논조는 한 가지입니다. 노동당이 지나치게 왼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노동당 당수가 애매한 정책으로 지지자들을 잃을까 우려해 그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기사에도 “붉은 에드(Red Ed; 노동당 당수의 이름은 에드 밀리반드-역주)는”으로 시작하는 제목을 붙이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 신문의 기사 속에서 노동당 당수는 “회색분자” 같은 짓을 해도 “빨갱이” 이름표를 못 뗍니다. 늘 이런 식이니, 회사 내부에 반대 의견은 쓰지 못하게 하는 전체주의에서나 있을 법한 압박이 존재하거나 기자들이 모두 알아서 자기 검열을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요.
언론사의 사주나 사주의 입맛에 맞는 고용 편집장은 이미 돈, 권력과 단단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비싼 개인 의료보험에 가입한 칼럼니스트는 국민의료보험에 대한 난도질을 지지하는 칼럼을 쓰고, 자녀를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편집자들은 공교육에 별 관심이 없죠. 그럼에도 사회 전체를 보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매체가 있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문사 소유주는 대부분 아주 부유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종종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죠. ‘데일리 텔레그라프(Daily Telegraph)’지의 전 편집장이 말한 대로, 언론사 소유주들은 “부자 노조의 노조원들”로 “동료 백만장자들과 본능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은 자기 소유가 아닌 매체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일례로, BBC 보도국의 경제부장은 BBC 뉴스 역시 신문들이 설정하는 의제에 완전히 매여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BBC 6시 뉴스 기준 고용주에게 우호적인 기사 대 노조에 우호적인 기사의 비율이 2007년에는 5대 1이었으나 2012년에는 19대 1로 노조에 우호적인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BBC의 금융위기 보도를 다룬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련 리포트가 대부분 은행 관계자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세금이 투입된 대규모 구제 금융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을 리 만무하죠. 해당 연구의 관계자는 BBC가 “보수적이고 친기업적이며 반 EU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주에는 타임지에서 32년간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가 해고를 당했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원고료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지만 본인은 다른 이유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냥감을 먹어치운다는 이유로 희귀종 매를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는 뇌조 사냥터 주인들을 비난해왔는데, 이 때문에 미움을 산 것이 아닌가 하고요. 그런 이유로 사람을 해고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스코틀랜드에 넓은 사냥터를 소유하고 있는 타임지의 선임 편집자가 뇌조 사냥터 문제에 대한 저의 인터뷰 요청에 얼마나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는지를 떠올려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또 다른 예로, ‘프라이빗 아이(Private Eye)’라는 잡지는 수주간 ‘텔레그라프(Telegraph)’지의 기사가 광고주에 휘둘리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텔레그라프 측은 “풍자 잡지의 부정확한 기사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만 밝혔죠.
혹자가 말했듯 언론의 자유란 결국 소유주의 편견을 광고주가 반대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유인 것일까요? 앞서 말한 사례들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어떤 검열이 누구에 의해 이루어지는지를 분명히 잘 알고 있을겁니다. 우리는 언론에 가해지는 검열은 물론 언론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검열에 맞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