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테크 업계 투자의 큰손으로 떠오르다
미국의 메신저 앱 탱고는 최근 중국 최고의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에게 지분 25%를 2,150억 달러에 넘기고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었습니다. 이처럼 중국, 홍콩, 싱가포르발 아시아 자금이 전 세계 초기 테크 업체에 투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투자자들은 서방의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을 통해 간접적으로 테크 업체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자본이 커지고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서 공격적으로 직접 투자를 시작했지요.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가 이제 중국에 들어오는 투자액만큼이나 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의 대규모 투자를 이끄는 건 싱가포르의 국영투자기관 테마섹(Temasek), 리카싱의 벤처캐피털 호라이존 벤처스(Horizons Ventures), 중국의 거대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입니다. 이들은 2014년 상반기에만 240억 달러 계약을 맺었는데, 2013년 170억 달러, 2012년 1억 8천만 달러에서 매우 증가한 금액입니다. 인수합병이 활발한 실리콘밸리에 비하면 적어보일지 모르나, 아시아 자본은 이제 테크 분야 투자액의 24%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특히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텐센트는 중국 검색엔진 소고우(Sogou)에 4억 5천만 달러 투자 외에 아일랜드 게임 회사나 미국 인터넷 회사에도 투자하였고 알리바바는 검색엔진 퀵시(Quixey), 메신저 앱 탱고(Tango), 택시 앱 리프트(Lyft) 등에 투자하였습니다. 두 회사 모두 분석전문가와 전 은행가(Investment banker)로 이루어진 인수합병 전담팀을 구축했지요. 싱가포르의 투자기관 테마섹은 수년간 테크 분야 투자에 전문성을 쌓아왔고, 말레이시아의 Khazanah, 중국의 CIC, 싱가포르의 GIC 등 다른 국부펀드도 투자 금액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홍콩 최고의 갑부 리카싱이 운영하는 호라이존 벤처스는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스카이프의 초기 투자자로 현재 투자하고 있는 56건 중에 세 건만이 아시아 회사이고 17건이 미국, 22건이 이스라엘 회사일 정도입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가 글로벌 테크 시장 활동이 활발해지자, 기업들도 관심을 안 보일 수 없습니다. “호라이존 벤처스에서 투자를 받으면 아시아 시장 진출 기회가 확 넓혀져요. 모든 스타트업은 다음 단계로 진출하려면 아시아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요.” 온라인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스타트업 트레이티(Traity)의 창업자 후안 카르타헤나의 말입니다. 탱고의 에릭 세톤도 카카오톡, 라인, 위챗과 경쟁을 벌이기 힘든 상황에서 알리바바의 투자가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