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꾸 일어나는 성폭행의 이면
2014년 6월 9일  |  By:   |  세계  |  1 comment

지난 40년 사이 인도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 숫자는 연간 2,500여 건에서 25,000여 건으로 열 배나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일어나는 성폭행의 약 10%만 보고되거나 알려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죠. 흔히 인도에서 성폭행이 일어나는 이유로 도시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데 대한 남자들의 반감, 그리고 시골에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카스트 제도를 꼽습니다. 지난주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 주에서 소녀 두 명을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나무에 걸어놓은 사건의 경우도 범행에 가담한 이들이 피해자들보다 높은 카스트에 속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30세 이하인 굉장히 젊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1991년 경제 자유화(economic liberalisation) 이후로 태어난 세대들 가운데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자동으로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만 남자들이 특히 많습니다. 이 세대에 남자들이 특히 많은 건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 탓에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여자 아이를 선별해 낙태시키는 부모들 때문입니다. 지난주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우타르프라데시 주를 살펴볼까요?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 가운데 하나로 하루 생계비 2천 원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가 6천만 명이 넘는 이 곳의 어린이, 청소년 성비는 남자 100명 당 여자 91.2명입니다. 이쯤 되면 적지 않은 수의 남자들이 제대로 연애나 사랑을 해보지도 못한 채 사회적으로는 일자리도 못 구하고 버림받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여전한 인도 사회에서 이들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강간과 살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죠.

사회경제적 맥락을 보면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 절대로 아닙니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게 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 지 고민하려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청년실업자가 늘어났고, 최근 10년 간 교육 기회나 좋은 일자리도 좀처럼 확충되지 않았습니다. 교육을 못 받고, 그로 인해 일자리도 얻지 못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젊은이들의 증가와 성폭행 증가가 궤를 같이 하는 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남성 중심적인 사회문화도 한 몫 합니다. 양성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결여한 경찰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인 남성 편을 들어주는 일이 흔합니다. 성폭행 용의자나 가해자 명단에 경찰이 끼는 일도 종종 있죠.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전 주지사는 옥살이를 하고 있는 성폭행범들을 두고 “남자 애들이 다 그렇지 뭐(boys will be boys)”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농담이었다고 해도 상황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일화입니다.

지난해 델리의 심야버스에서 일어났던 집단 성폭행 이후 통과된 성폭행 방지 특별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전히 성폭행만을 즉각적으로 다루는 특별 법원은 심각하게 부족하고, 강간범들은 죗값을 치를 걱정 없이 활개를 치고 다닙니다. 이들은 점점 더 피해자가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도록, 어린 여성들을 공격하거나 피해자를 살해하고 불 태워 증거를 없애려는 등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실효성 있는 법을 제정하고 이를 강력히 집행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교육과 일자리 문제를 개선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젊은이들의 숫자를 구조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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