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방선거 결과, 어떻게 해석할까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직후 열린 한국의 6월 4일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구명 작전에 대한 국민 투표의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후보자들은 하나 같이 노란색 리본을 달고 “안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죠. 보수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고 호소했고, 야당은 시민이 행동하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세월호처럼 침몰할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국의 유권자들은 이와 같은 여야의 포퓰리즘적 행태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야는 8대 9의 성적을 냈고, 뿌리깊은 지역색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독재자 박정희를 기억하는 세대의 유권자들은 여전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고, 수도 서울은 인기 있는 좌파 현직 시장인 박원순을 다시 선택했습니다.
깜짝쇼는 오히려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펼쳐졌습니다. 17개 지역의 지방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무려 13명 당선된 것이죠. 선거 전 보수 대 진보 비율이 10대 7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입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서야말로 세월호 사태에 대한 항의 투표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말합니다.
사고 직후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는 등, 이번 선거에서 세월호는 여당에게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당에 대한 불만이 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박대통령의 큰 정치 자산 중 하나입니다.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뢰에 천안함이 침몰한 직후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큰 패배를 기록했던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죠. 신교수는 “여당의 무덤”으로 불리는 지방 선거에서 이번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오히려 보수 여당의 큰 승리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마저도, 여당 내 다른 계파들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는 유리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현 정부에 유리한 해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탠포드대 신기욱 교수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여당이 몇몇 부동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겨우 승리해 “재난”을 피한 정도라고 평합니다. 박대통령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것이고, 이제 더 이상 실수를 저지를 여유는 없다는 것이죠. 선거 이후 박대통령은 내각 개편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총리가 사임을 표명한 이후, 대통령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있었던 안보수석과 국정원 원장을 해임했죠. 이는 분명 대중의 분노를 달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 정도 조치로는 한참 모자랄 겁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