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녹색혁명(Green Revolution)
2014년 5월 13일  |  By:   |  과학  |  No Comment

필리핀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팔(Mr. Pal)은 매년 홍수로 홍역을 치뤄왔습니다. 홍수가 심할 때는 1년치 농사를 한꺼번에 망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죠. 하지만, 팔은 몇 년전부터 더이상 홍수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홍수에 강한(flood-resistant) 종자를 경작에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팔이 사용하고 있는 종자는 침수시 가사상태(suspended animation)를 유지하다 물이 빠져나가고 나면 다시 싹을 피우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입니다. “서브1(Sub 1)”이라 불리는 이 유전자를 지닌 씨앗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5백만 이상의 농장에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서브 1의 개발자인 자이글러 박사(Mr. Zeigler)는 서브1은 농업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면서 가뭄, 염분, 극열에 강한 씨앗의 개발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이른바 2차 녹색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인류는 1차 녹색혁명을 통해 쌀 생산량에서의 비약적 증가를 이뤄낸 바 있습니다. 기존의 벼를 개량하여 만든 변종은 1950-54년도를 기준으로 단위 헥타르당 1.9톤에 불과하던 쌀 생산량을 1985-98년에는 3.5톤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높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것이었습니다. 비약적으로 증가한 쌀 생산량은 기근과 아사로부터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구해내는데 기여했습니다. 이와중에, 일찍이 경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일본, 한국과 같은 아시아 부국들을 중심으로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현상까지 나타나자, 아시아국들에게 기근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근은 아시아국들이 직면한 큰 위기들 중의 하나입니다. 1차 녹색혁명을 통한 쌀 생산량 증가는 임계치에 다다랐는데 반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계속 성장하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쌀소비량은 매년 1.2~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쌀 생산량 증가추세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는 통계자료가 바로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현상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라 알려진 메콩강, 브라마푸트라강 유역 삼각주 지대는 해수면이 계속 상승할 경우, 그로 인해 증가하는 토양 속 염분으로 인해 작물 경작이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또한, 지구온난화 현상은 세계적으로 작물의 평균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밤사이 지속되는 고온이 작물의 낮은 생산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아시아국들에서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는 도시화 현상으로 인해 가용 농경지마저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시아국들이 2차 녹색혁명의 성공에 걸고 있는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아시아국들이 그리는 2차 녹색혁명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1차 녹색혁명과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2차 녹색혁명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2차 녹색혁명은 첫째, 보편적인 기술적 도약을 전방위적으로 가능케했던 1차 혁명과는 달리 특정한 경작 환경에 특성화된 종자 개발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앞서 밝혓듯이, 잦은 홍수나, 염분, 가뭄, 혹은 극열에 강한 종자 개발이 바로 대표적인 예입니다. 둘째, 2차 녹색혁명은 1차 녹색혁명에서처럼 단순히 생산량을 높이는 일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비타민 A와 같은 영양소의 보완까지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셋째, 2차 녹색혁명은 1차 녹색혁명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극빈층과 극빈국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1차 녹색혁명으로 탄생한 벼의 변종은 대부분의 극빈층과 극빈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가뭄과 홍수의 피해까지 방지할 능력은 없었던 것에 반해, 2차 녹색혁명은 이들의 피해를 막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차 녹색혁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공공정책의 기조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아시아 각국은 2차 녹색혁명의 성공을 위해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더 많은 농장들이 2차 녹색혁명으로 개발된 씨앗을 경작에 적극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인위 부양으로 인해 세계 곡물 시장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는 내수 쌀가격은 소비자들에게 필요이상의 높은 비용을 부담시키고, 잉여 생산물에 대한 수출 의욕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의 쌀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곡물 가격의 변동폭도 그만큼 커질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은 인위적인 가격 부양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번째는, 농장들간의 합병을 저지하는 토지 이용 정책이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급격한 탈농현상과 그로 인해 급격히 진행되는 도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농지간의 융합을 막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농장들이 여전히 영세한 규모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영농기법과 종자의 상용화 과정을 더디게 만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정책들이 수정되고 새로운 지원대책이 강구된다면, 2차 녹색혁명의 성공도 그리 먼 일은 아닐 것입니다. 1차 녹색혁명이 그러했듯, 2차 녹색혁명도 많은 인류를 기근과 아사로부터 구원하게 될 날이 빠르게 도래하길 기대해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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