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규제 단체들의 부쩍 세진 자금력
지난 2012년 말 미국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6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있은지 16달을 맞아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단체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연방선거위원회(Federal Election Committee, FEC)의 보고서에 따르면 총기 규제 단체들이 모은 정치 후원금이 미국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를 비롯해 총기의 소지와 사용을 옹호하는 단체들이 모은 후원금을 앞지른 겁니다. 미국에서는 주요 이익단체들이 정치행동위원회 팩(Political Action Committee, PAC)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그 돈을 광고나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데 쓰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 머리에 총을 맞고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기포즈(Gabby Giffords) 전 하원의원이 주도해 만든 총기 규제 단체 “The Americans for Responsible Solution”의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500만 달러를 모아 1,490만 달러를 모은 미국총기협회의 팩을 근소한 차이로나마 앞질렀습니다. 2012년 선거 이후 이들 단체들이 모은 액수만 보더라도 총기 규제 단체들이 2,130만 달러로 1,630만 달러를 모은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단체들을 앞섰습니다.
물론 선거위원회가 공개하는 후원금은 매우 제한적인 데이터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자금 규모만 놓고 보면 소액 후원금들이 모인 액수보다 대기업이나 이른바 거물급 후원자들의 돈을 계산에 넣기 시작하면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로비에 쓸 수 있는 자금력 면에서 총기 옹호 단체들이 규제 단체들보다 100배 정도 더 많은 돈을 쓴다는 게 정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총기 규제 단체들은 자금력에서 뿐 아니라 풀뿌리 운동에서도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단체들과 만만치 않은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선 활동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총기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피해를 보기 전까지는 규제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균 5만원 남짓 되는 (정치후원금 규모 치고는) 소액의 후원금이라도 많은 이들에게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알리면서 모은 돈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죠.
모든 장부가 공개되지는 않아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미국총기협회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습니다. 총기를 옹호하는 단체는 자유를 사랑하는 많은 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지지의 뜻을 담아 모은 돈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거죠. 그러면서 총기 규제 단체들은 뉴욕이나 보스톤 같은 도시에 사는 거만한 이상주의자들의 재력에 기대고 있다고 역으로 비판합니다. 실제로 총기 규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자 손에 꼽는 부자라 할 수 있는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뉴욕시장이 사재 5천만 달러를 총기규제 캠페인에 쏟아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총기 규제 단체들은 미국 총기 협회를 떠받치는 가장 큰 재력은 스미스 앤 웨슨(Smith & Wesson)과 같은 총기 제조업체 등 대기업에서 나온다고 지적합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총기 규제 단체들은 예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밀리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