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인간의 본능
2014년 4월 24일  |  By:   |  세계  |  3 Comments

어린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실수로 욕설이나 속어가 튀어나와 흠칫하며 입을 막아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아직 순수하기만 한 아이들의 영혼에 나쁜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죠. 하지만 심리학자인 제이(Timothy Jay)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이른 나이에 이미 욕설과 속어를 익힙니다. (만 나이) 한 살인 아이는 욕설이나 속어에 해당하는 단어 6~8개를, 남자 아이의 경우 6살이 되면 이미 평균 34개나 되는 ‘나쁜 단어’를 알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는 21개)

그 전에, 왜 인간은 욕설을 하고 나쁜 단어를 입에 담게 된 걸까요? 언어가 다르니 당연히 욕설에 해당하는 단어도 언어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여러 언어의 욕설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면, 욕설은 크게 정신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으로 나뉜다는 겁니다. 정신적인 부분을 먼저 살펴보면, 주로 이교도를 뜻하거나 공동체에서 배척당한 믿음, 신앙, 가치관과 관련된 단어가 나쁜 의미를 띄는 경우가 많고, 육체적인 부분은 신체적인 약점이나 성적인 농담을 수반한 욕설, 속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뇌(오른손잡이들에겐 주로 좌뇌)가 손상돼 의사소통이 제한된 사람들의 경우도 감정이나 습관을 조절하는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와 뇌 기저핵(basal ganglia)을 다치지 않은 경우 “비러머글(Goddamit)”과 같은 단어는 별 어려움 없이 말한다는 점입니다. 욕설이 의사소통에 필요한 언어 기능의 일부가 아니라 위험한 대상을 피하거나 금기시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삶 속에 본능으로 자리잡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욕설이나 금기어의 어원 가운데 몇 가지 흥미로운 단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곰 –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모든 생명체들 위에 군림하기 시작한 건 인류의 역사 전체로 보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총을 비롯한 다른 도구가 없다면 인간은 여전히 맹수들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입니다. 유럽의 언어들 가운데는 곰을 상당히 완곡하게 표현한 사례가 많습니다. 러시아 총리의 이름이기도 한 메드베데프(Medbedev)는 “꿀을 먹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곰을 에둘러 표현한 단어입니다.

죽음 – 죽은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는 건 여러 문화권에서 금기시하는 일이죠. 저승으로 떠난 영혼을 불필요하게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호주 및 남태평양 지역의 언어를 연구한 한 자료에 따르면, 자일라(Djäyila)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죽고 나자, 한 부족에서는 무언가를 원한다, 필요로 한다는 뜻으로 쓰이던 동사 “djäl”를 폐기하고 이에 해당하는 단어를 이웃 부족으로부터 빌려오기도 했습니다.

바람핀 아내를 둔 남편(cuckold) – 간통이나 부부 사이에 의리를 저버리고 바람을 피는 일은 어느 문화를 막론하고 비난 받아 마땅한 일로 치부돼 왔습니다. 그런데 특히 가부장 문화가 뿌리 깊거나 부계 사회에서는 바람핀 아내를 둔 남편을 무능력자 취급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프랑스어 꾸꾸(cuckoo, 뻐꾸기)를 어원으로 하는 비슷한 언어들은 아직도 배신과 눈 뜨고 배신을 당한 멍청한 존재를 뜻하는 의미로 모욕적인 언사로 여겨집니다. 뻐꾸기는 다른 새가 만들어놓은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자손을 번식시키는 얌체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의 이름 – 많은 문화권에서 신성한 존재는 입에 담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합니다. 신(God)을 뜻하는 단어는 있지만, 신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뜻하는 단어는 의외로 많이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힌두교에서 자비를 뜻하는 시바(Shiva)신은 원래 더 높은 지위의 신이라 할 수 있는 루드라(Rudra)를 지칭하던 것이 굳어진 단어입니다.

아프리카 남부에서 쓰이는 언어 가운데 하나인 반투(Bantu)어에 혀를 이용해 내는 딸깍 소리가 많은 이유는 이들이 금기시되는 단어들을 점점 암호화하고 폐기해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척이 죽으면 그 이름과 비슷한 단어들을 직접 발음하는 대신 이웃 코이산(Khoisan)어에서 딸깍 소리를 차용해 이를 암호화했습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언어에는 딸깍 소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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