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GDP 계산 새로 했더니 하룻밤 사이에 89% 성장
GDP를 기준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떠올리셨나요? 지난 5일까지는 그랬습니다. IMF의 집계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GDP는 3,540억 달러로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았죠. 그런데 다음날인 4월 6일 일요일, 나이지리아 통계청은 새로 계산한 나이지리아의 GDP가 80조 나이라(5,090억 달러)라고 발표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된 겁니다. 무얼 새로 계산했길래 거의 두 배 가까이 경제 규모가 커졌을까요?
보통 실질 경제성장률은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기준 연도에 비해 얼마나 변했는지를 토대로 계산합니다. IMF는 이 기준 연도가 너무 오래되지 않도록 최소한 5년에 한 번씩은 갱신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의 경우 20년이 넘도록 1990년의 GDP와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던 겁니다. 이 기준 연도를 2010년으로 바꾸고 각 부문의 경제 규모를 새로 계산했더니 GDP가 크게 늘어난 겁니다. 각 산업 부분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총 생산량과 그 가격, 가치를 계산하는데, 휴대폰만 보더라도 1990년도의 나이지리아를 기준 연도로 삼는 게 얼마나 수치를 왜곡시킬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1990년의 이동통신업은 국영 기업이 관장하고 있는 사실상 전혀 개발되지 않은 영역이었지만, 지금 휴대폰 가입자 수는 1억 2천만 명입니다. 통신 분야가 GDP의 9%를 차지하고 있죠. 과거에 석유를 열심히 팔아서 극소수의 부유층의 사치품 소비재를 사들여오던 저개발 후진국의 이미지를 새로운 통계와 함께 떨쳐낼 수 있게 됐습니다. 석유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3%에서 14%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죠.
1인당 국민 평균소득도 1,500 달러에서 2,688 달러로 크게 올랐습니다. 물론 나이지리아가 하루 아침에 선진국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하루 생계비 1달러 이하의 극빈층에 속해 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았죠.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세간의 평가에 걸맞는 통계를 집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