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쟁의 중심이 되어버린 미국 식당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피트 마츠코씨는 가게 앞에 총기 반입 금지 팻말을 걸었다가 혹독한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최근 식당 총기 반입을 허용하는 법이 통과되었는데, 가게 주인이 금지 팻말을 붙이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주말이면 술 취한 대학생들로 북적대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마츠코씨는 총기 반입 금지 정책을 고수하기로 했죠. 다만 직접 쓴 팻말의 문구(“외출 시 총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느낄 정도로 루저라면 우리 가게에서는 사절입니다”)가 조금 자극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몇 달 후, 누군가가 팻말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고, 이 사진은 곧 총기 소지 옹호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로 옮겨집니다. 곧 맛집 리뷰 사이트에서 마츠코씨의 가게는 별점 테러를 당했고, 마츠코씨는 수 많은 협박 전화와 메일에 시달리게 되었죠.
오늘날 미국 요식업계에서는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정치적 사안에 식당 주인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 입니다. 총기 소지 문제 외에도 동성 커플의 결혼식에 케이터링을 하는지, 식당 내에서 모유 수유를 허용하는지 등 여러 정치적 사안이 식당이라는 공간에서 논의되고 있죠. 역사적으로도 미국 식당은 사회 변화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습니다. 남부에서는 식당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나 인종 분리 정책이 폐지되기도 했고요. 일부 유명 셰프와 식당 주인들은 정치적인 사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활동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개개인의 이름을 내걸지는 않지만, 단체를 꾸려 조직적인 행동에 참여하는 식당들도 있죠. 물론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조용히 식당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크지 않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비슷하게 식당 총기 반입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테네시에서는 이 법에 반대하는 단체가 금지 팻말을 내걸지 않은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들이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정치인처럼 세련되게 입장을 밝히고 이런 상황을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