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들고 비행기를 타려면?
부피가 큰 악기를 가지고 장거리 여행을 해야하는 뮤지션들에게 비행기 여행은 늘 고역입니다. 벌이가 좋아 악기 자리를 따로 살 수 있는 뮤지션들도 있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항공사마다 다른 수하물 정책을 뒤져보며 눈치 작전을 펼쳐야 하죠.
지난 달 유럽 의회는 바이올린 등 작은 악기의 기내 반입 허용 규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이 유럽연합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적어도 EU 내에서는 항공사들이 통일된 규정을 적용하게 됩니다. 지금은 갈 때 무사히 악기를 들고 탔다 해도 돌아올 때는 어떤 규정을 적용받을지 알 수 없고,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에서도 2년 전에 의회가 교통부에 악기의 기내 반입 허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리라고 했지만, 교통부는 결국 이 지침을 내리지 않았죠. 항공사들은 악기 기내 반입 허용이나 추가 비용 책정을 항공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항공편을 예약하려면 누구든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악기용 티켓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정하는 것도 입법 기관의 숙제입니다. 현재는 Mr. 첼로와 Mr. 기타에게 항공권을 파는 회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죠.
이렇다 할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짐칸에 악기를 실어보내는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뮤지션들은 악기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악기를 들고 여행하느니, 이베이에서 악기를 하나 구입해 공연지로 보내기도 하고 공연 장소에서 악기를 대여하기도 합니다. 비행기는 전혀 타지 않고, 어떻게든 육로로만 이동하는 뮤지션들도 있죠.
악기와 함께 하는 비행기 여행은 앞으로도 한동안 고생스러울 예정입니다. 그러나 악기를 들고 탑승한 승객이 지루한 장거리 비행에 색다른 기쁨을 선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첼로를 들고 탑승한 한 뮤지션에게 승무원이 연주를 부탁했고, 그가 흔쾌히 승락한 덕에 승객들은 하늘 위에서 공연장 수준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