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영원한 과제, “땅콩버터문제(Peanut Butter Problem)”
도시의 시장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권력을 행사하는 다양한 수단들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코 시예산 편성에 개입할 수 있는 영향력일 것입니다. 각각의 시장들은 개인의 정치 철학은 물론 대의적 민주주의에 따른 유권자의 권리 실현을 위해 각기 다른 사업들을 추진하는데 힘을 쏟습니다. 어떤 시장은 도심지의 아이콘이 될 여러 개발사업들에 몰두한다면,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복지 및 분배 사업에 몰두하는 시장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유형의 시장이 되든지간에, 도시 권력의 정점에 위치하였다는 사실이 시장의 자의적인 예산 편성을 용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들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들의 이익에만 편중해서 시예산을 책정할 경우 불어올수도 있는 정치적 역풍의 무서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들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균형잡힌 예산 분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얼핏보면 예산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이 최선의 정치 전략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불공정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마냥 균등하게 예산을 분배할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보다 사용가능한 자원의 양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균등 분배 원칙에만 몰두하다가는, 아무런 정치적 성과도 얻지 못한채 퇴임을 맞이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예산이 충분하다고 할지라도, 맹목적인 균등 분배는 또 다른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앓고 있는 문제들은 그 경중은 물론 해결 비용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기에, 모든 지역이 똑같은 수준의 예산 집행을 필요로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치인들에게는 공정한 예산 분배 정신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고수하여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할 의무가 부여됩니다. 소위, 땅콩버터문제(Peanut Butter Problem)라 불리는 정치인들의 영원한 딜레마는 한숟갈 남은 땅콩버터를 어떻게 식빵에 골고루 펴바를까하는 일상적인 고민의 과정과 일맥 상통합니다. 땅콩버터를 한입크기로만 발라 그부분만이라도 제대로 된 땅콩버터 맛을 느낄지, 식빵 전체에 땅콩버터를 최대한 얇게 펴발라 땅콩버터의 향기라고 맡을지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시예산을 집행하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워싱턴 소재 도시 정책 연구소 연구원 에리카(Erika)는 시예산이나 가용 자원이 부족한 경우에는 시장(Market)에서의 연쇄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는 촉매성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리카는 낙후된 지역 전체를 되살리는 사업을 추진할 때, 관이 모든 내용을 주도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전체 개발 계획 가운데에 가장 상징적인 소수 개발 사업들만 관이 주도하더라도, 시장에서의 연쇄반응을 통해서 충분히 사업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에리카의 설명은 시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는데 필요한 조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용에도 불구하고 에리카의 조언은 여전히 땅콩버터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어떤 촉매성 사업에 투입할지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선택과 분배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땅콩버터문제는 정치인들이 평생 짊어지고가야할 과업인가봅니다. (Gove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