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
누구나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춘 집을 원합니다. 그 집이 튼튼하기까지 하다면 금상첨화겠죠. 하지만, 집에 대한 동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집을 통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더나아가 자신의 정체성까지 직접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미 공화국 초기만 하더라도 미국인들의 정체성은 유럽대륙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건축 양식들도 유럽의 그것들을 차용하게 되었죠. 건설 과정과 여러가지 장식들에 사용되는 패턴이 가이드북 형식으로 유럽으로부터 건너왔고, 건설업자들은 이 가이드북을 본보기로 삼아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으며, 개구부를 뚫고 장식들을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획일화된 유로피안 건축 양식은 19세기가 시작되자 변화의 기회를 맞기 시작합니다. 부를 축적한 미국인들은 그들 자신만의 단독 주택을 짓기를 갈망했고, 발전된 건설 기술은 이러한 미국인들에게 다양한 기술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건축 양식은 보다 다채롭게 진화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17-18세기 미국을 휩쓸다시피 했던 유럽양식은 점차 고딕(Gothic), 식민지풍(Colonial), 보자르(Beaux-Arts) 양식의 집들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건축 양식이 등장하게 되자, 19세기 중반무렵에는, 아예 이러한 양식들을 그림으로 한데 모아 홈 카타로그를 제작하는 개발업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의 집은 더이상 동질의 기능적 공간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소비되는 기호 공간으로 변모해나갔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집을 짓거나 간단히 조립하여 지을 수 있는 홈 키트들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시기 였습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에는 집을 투자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해졌습니다. 이전까지의 집이 거주라는 기능적 목적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심미적 목적에 기반하여 소비되었다면, 이 시기의 집은 축적된 부를 지키고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미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3d 애니매이션이나 가상현실재현 기술에 기반하여 건물의 설계단계에서부터 생생하게 공간의 특질들을 미리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이 주거 공간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나타난 기술적 변화는 과거 고딕, 유로피안, 보자르와 같은 굵직굵직한 양식의 선택에만 머물렀던 개인의 기능적, 심미적 기호가 미래에는 더욱 세분화되고, 개인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지시합니다. 아이패드에 있는 뷰페이지들을 넘겨가며, 아마존에서 쇼핑하듯 주택을 가볍게 소비하는 풍조가 생길지도 모르죠. 당신에게 집은 지금 어떤 의미인가요? (the Atlantic C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