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로호 사건으로 보는 북한의 어제와 오늘
지난주 아시아를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영원한 역내 골칫거리는 아마도 북한일 것입니다. 미국 해군의 푸에블로호가 납치당했던 1968년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이 유일한 위안일지도 모릅니다. 북한은 오늘날까지도 푸에블로호를 초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얻어낸 전리품으로 홍보하며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LA타임즈 기자 출신인 잭 치버스(Jack Cheevers)는 최근 푸에블로호 승무원을 상대로 한 심층 인터뷰와 기밀 해제된 문서들을 바탕으로 <전쟁행위: 린든 존슨, 북한과 간첩선 푸에블로호 납치 (“Act of War: Lyndon Johnson, North Korea and the capture of the spy ship Pueblo”)>라는 책을 냈습니다. 저서는 푸에블로호의 승무원들이 북한에서 겪은 고초와 함께, 북한을 통해 소련으로 넘어간 기밀들을 비롯, 당시 미국이 얼마나 긴급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는지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을 돌아보면서, 북한이 수십 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첫째, 북한은 이제나 저제나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당시 푸에블로호는 공해 상에 있었기 때문에 납치는 엄연한 불법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북한은 민항기 대상 테러, 제 3국에서의 테러 등을 벌였으며, 지폐를 위조하고 마약을 밀매했습니다. 핵확산 금지조약에서 탈퇴하기도 했고, 가장 최근에는 한국의 천안함을 침몰시키기도 했죠. 둘째, 북한은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적절히 활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냅니다.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전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전쟁까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제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초보적인 형태의 핵무기가 또 다른 카드로 작용합니다. 치버스가 지적한대로 오늘날 한반도의 진정한 위험은 “상대편이 심각한 도발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잘못 판단하는 사태”인 것입니다. 셋째, 내부로 유입되는 정보를 막는 행태입니다. 푸에블로호 사건 당시 미국은 사과를 하고 승무원들을 본국으로 데려왔지만, 그 전에 사과는 말도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죠.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북한의 선전 활동도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는 해졌으니 상황이 다르긴 합니다만, 그래도 북한의 행동이 달라질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