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영방송, 우향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공영방송 NHK의 경영위원 12명 중 4명을 새로 임명한 뒤, NHK가 연일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새로 임명된 위원 가운데 한 사람인 소설가 히아쿠타 나오키는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타모가미 토시오의 유세 현장에서 난징 대학살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타모가미 토시오는 지난 2008년 희한한 수정주의 사관 탓에 해임된 공군대장 출신 인사입니다. 새로 취임한 모미이 가쓰토 회장도 NHK가 정부의 노선을 따라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공영방송국 NHK는 법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지만, 모미이 회장은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왼쪽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전 방문도 비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정부에게 언론 문제는 전략적 우선 순위입니다. 2차대전 당시 군의 나팔수 노릇을 했던 언론이 전후에는 다른 쪽 극단으로 가버렸다는 것이 자민당 정부의 시각입니다. 그러나 다른 민주주의 국가의 기준에서 봤을 때 일본의 언론은 지금도 이미 지나치게 정부에 고분고분한 편입니다.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만 해도 NHK는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곤 했지만, 지금은 후쿠시마 사태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물의를 빚었던 신임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NHK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정부는 전후 평화주의를 전면 수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할 수 있는 개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이 인정되면, 일본은 동맹국인 미국 등을 돕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를 지지하고 있지만, NHK 관련 물의는 일본과 미국 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일 관계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방문 이후 이미 다소 불편해졌지만, 일본 정부는 NHK 인사들을 여전히 싸고 돌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반응도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일본 국내의 여론을 보면 아직은 평화주의가 우세해 개헌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국내 최대 방송사가 정부와 뜻을 함께 한다면 당연히 도움이 되겠죠.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