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두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롤링스톤(Rolling Stone)>지에 정부가 모두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제시 마이어슨(Jesse Myerson)의 글이 실렸을 때, 보수주의자들의 마치 소련이 부활하기라도 한 듯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곧 전체주의 일당지배 국가가 모든 것을 소유하는 체제와 국가가 일자리를 제공하는 체제는 다르다는 지적, 마이어슨의 주장에도 일부 일리가 있다는 지적, 마이어슨의 글을 가지고 단어만 좀 바꿔보면 보수주의자들도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 될 거라는 지적 등이 차분하게 이어졌죠.
저는 칼럼 하나로 촉발된 대토론을 지켜보면서 1994년 보수 논객 윌리엄 버클리(William F. Buckley)가 진행하던 PBS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버클리는 정부가 복지 정책을 버리고, 대신 실업자들에게 쓸모있는 일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던 중이었죠. 출연자인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 로버트 그린스타인(Robert Greenstein)이 정부가 사람들을 불러다 시킬 일이 없으면 어떡하냐고 묻자, 버클리는 “할 일은 언제든지 있습니다. 공원에서 쓰레기라도 줍게 하면 되죠.”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그린스타인은 “그럼 그게 (복지 정책 중 하나인) 대규모 정부 일자리 프로그램과 다를 바가 뭐냐?”고 반문합니다. 저는 이 때를 버클리가 방송에서 할 말을 잃었던 유일한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마이어슨의 급진적인 주장에 대한 반론 역시 그린스타인이 버클리에게 던졌던 질문과 비슷한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정부가 줄 수 있는 일자리가 요구하는 기술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덮어놓고 아침마다 불러내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것이죠. 실제로 오늘날의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고난도의 기술과 지식을 요하는 자리로, 1930년 뉴딜정책 당시의 황무지에서 도로를 포장하는 일 등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실업률이 높은 때에는 그만큼 실업자 가운데서도 기술과 지식을 갖춘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버클리가 지적한대로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는 민간 부문이 다 해치우지 못한 “할 일”이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최소한 이러한 분야를 찾아 놀고 있는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잘 알고 있죠.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난 5년 간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아주 중요하지만, 민간 부문이 전부 감당하지 못하는 분야, 즉 공공 교육, 치안, 인프라와 같은 부문에서 교사, 경찰 등의 인력을 계속해서 줄여왔죠.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실업률이 높아짐에 따라 실업보험의 부담은 커지고 정부의 복지 지출도 늘어났죠. 고용 시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해졌던지, 이제는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정부가 모두에게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먹혀들고 있는 겁니다. 마이어슨의 사회주의스러운 주장을 잠재울 수 있는 타협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출발은 정부가 중요한 정부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해고하는 정책을 중단하는 겁니다. 양당 간의 분위기가 우호적인 현 상황에서 분명히 도모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conomist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