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정부의 강경해진 시위 진압
30년 집권 역사상 가장 격렬한 시위에 직면한 캄보디아의 권위주의 정권이 공공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야당 지도자를 소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져가던 수개월 동안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훈센 정부가 반대 세력에 보다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 금요일 최소 4명의 사망자를 남긴 의류공장 시위 진압 후에 이어진 일입니다.
훈센 정부는 지난 7월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야권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의회를 보이콧하면서 훈센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프놈펜에서 벌어진 시위는 캄보디아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습니다. 경찰은 시내 도로 곳곳을 차단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광장에서 몰아냈으며 구경하는 무리도 해산시켰죠. 주말에는 주 캄보디아 미국 대사관이 자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피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위대가 모여있었던 “자유 광장”은 2009년 캄보디아 정부가 런던의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를 본따 국민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공식 지정한 곳이라, 경찰의 진압은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12월 중순부터 이곳에서는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불교 승려, 인권 운동가, 농민 등이 모여 숙식을 이어가고 있었죠. 캄보디아의 인권 단체는 “민간인의 옷을 입은 깡패들”이 폭력적인 진압에 가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거에도 훈센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는 수상한 세력에 의해 해산되곤 했죠.
훈센 총리는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크메르 루즈 정권이 물러난 뒤 캄보디아를 안정시키는 공을 세웠지만, 최근 부쩍 집중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제 성장으로, 극심한 양극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시위에 나섰던 의류 공장 노동자들은 월급을 80달러에서 160달러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공장 측은 월급 인상으로 캄보디아 의류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난 금요일 돌과 막대기, 화염병으로 무장한 시위대에 경찰은 자동 소총으로 맞섰고, 사망자 외에도 최소 스무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