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되고 있는 거울신경세포 개념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란, 90년대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이 원숭이의 뇌에서 발견한 신경세포로서, 다른 개체의 행동을 관찰할 때와 자신이 같은 행동을 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세포입니다. 이 세포는 다른 개체의 행동을 자신의 행동처럼 보이게 한다고 믿어지고 있으며, 이때문에 거울신경세포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 개념은, 특히 인간의 거울신경세포의 경우, 아직 분명한 과학적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대중과학자들에 의해 남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 입니다. 그는 거울신경세포에 의해 인간이 공감능력을 키웠으며, 이 세포가 언어의 발명과 도구, 불의 사용 등에 기여했고, 따라서 거울신경세포는 우리 문명의 기본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폐증(autism)을 거울신경세포가 오작동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한 연구는 자폐증과 거울신경세포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거울신경세포가 문명의 시작이라는 라마찬드란의 주장이 근거가 미약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언론의 거울신경세포 개념 남용 역시 심각합니다. 올해 초 한 기사는, 가장 로맨틱한 영화들로 꼽힌 영화들은 곧 우리의 거울신경세포를 자극하는 영화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기사는 병원의 환자들이 방문객이 있을 때 더 빨리 회복되는 이유로 거울신경세포를 꼽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는 아무런 과학적 증거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직 인간에게 거울신경세포가 있는지, 그리고 인간의 공감능력에 그들이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아직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Cell 지에는 런던대학의 제임스 킬너와 로저 레몬이 지금까지의 거울신경세포에 대한 25종의 연구를 종합한 연구가 실렸습니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원숭이들에게 행해진 연구입니다. 이는 뇌세포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실험은 매우 큰 위험을 동반하며, 따라서 원숭이에게는 가능했지만, 인간에게는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거울뉴런이 있을지 모른다는 연구는 2010년 발표된 하나의 연구가 있을 뿐입니다.
인간의 거울신경세포가 원숭이와 같은 부위에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뇌영상촬영으로 밝힌 연구는 다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관찰 행위에 의해 활성화되는 부위를 발견했을 뿐, 이 부위가 실제 본인의 행위와 같은 행위의 관찰에 같이 활성화되는지를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거울신경세포의 발견이 매우 흥미롭고 놀라운 발견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거울신경세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아직은 대부분의 연구가 원숭이들에게서만 이루어졌다는 점과 인간의 거울신경세포는 이제 겨우 밝혀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하고 들어야 합니다. (Wired)